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박기순)’ 2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25일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렸다. ‘2003년 정보통신산업의 예상과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로 학계 및 산업계의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희성 인텔코리아 통신영업본부장이 ‘통합을 가속화하는 이동성’을, 이명성 SK텔레콤 네트웍연구원장이 ‘이동통신의 발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정보통신 산업현황 및 발전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이날 모임의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서진구(코인텍 사장)=하이스피드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두 말할 필요없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인프라는 물론이고 서비스와 각종 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심비안이나 윈도 진영은 표준화를 무기로 우리가 개척해놓은 정보통신 시장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었음에도 표준화를 무기로 접근하고 있는 이들과 앞으로 경쟁하는 일은 상당히 버거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표준화의 문제는 심각하다. 얼마전 이슈가 됐던 휴대폰 충전기 규격의 경우도 그렇고 심지어는 사용자 레퍼런스 매뉴얼조차 표준화돼 있지 않은 것이 많다. 브랜드에 따라 사용자들이 배워야 하는 상태다. 윈도나 심비안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가 구축해놓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의 상당부분이 경쟁의 와중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없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요인들 때문에 버추얼컴퍼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세계적인 표준화를 이루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분산된 힘을 모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줄 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성(SK텔레콤 네트웍연구원장)=휴대폰 충전기의 표준화를 정통부가 나서서 결정하도록 방치했느냐는 말은 일면 타당할 수도 있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산업계가 서로 눈치만 보다보니 국가 전체적으로는 낭비하는 요소가 적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산업계가 앞장서서 진작에 추진해야 했던 일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사실 반성을 많이 했다.
이제는 산업계 스스로도 효율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공통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특히 통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과거 국내 기업간 경쟁체제보다는 기본적으로 해외 비즈니스를 우선하기 때문에 표준화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자율적인 개선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스로의 힘을 모아 공동의 전략을 취하자는 쪽으로 인식도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석환(다래특허법률사무소 변호사)=인텔은 심비안이나 팜 등 특정한 표준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과 조화속에 자사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컴퓨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표준제정에 있어서도 적잖은 파워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최근 삼성이 심비안에 투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인다. 멀리봐서는 외국의 큰 OS표준그룹과의 접목을 통해 우리의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SK텔레콤이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간의 협력에 있어서는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SK텔레콤은 이에 걸맞은 규모와 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파워게임에 걸맞은 협상력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송관호(한국인터넷정보센터 원장)=앞서 휴대폰 충전기 표준제정을 기업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있다가 정부의 지시에 따라야 했냐는 말이 나왔는데 사실 표준화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기업은 본연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표준화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기업도 글로벌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다만 세계 최초의 서비스같은 현상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서비스에서 앞섰다고 해서 강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국의 경우는 천천히 완급을 조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내용을 놓고 보자면 우리의 경우 단거리에서는 매우 강하지만 장거리 경쟁에서는 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심비안의 경우 필요하다면 그쪽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다른 나라에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인프라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을 콘텐츠쪽으로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법과 제도로 정립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를 테스트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들은 미국보다 5∼10년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대란의 예를 들어봐도 네트워크의 단절로 인한 패닉현상은 외국의 어떤 나라도 접하지 못한 경험일 것이다.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이지만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연구를 체계적으로 해서 테스트를 통해 나온 결과들을 학문적으로 정립해서 가르쳐줄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면 된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에 걸맞게 표준화는 더욱 민간위주로 돼야 하며 기업들은 이윤추구와 기술표준 정립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희성(인텔코리아 통신영업본부장)=심비안이나 윈도CE 포켓PC 등은 기본적으로 무거운 OS다. 사실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작은 크기의 자바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그래도 한국이 시도해 봄직한 것은 리눅스라고 볼 수 있다. 충분히 역량이 있다고 본다. 통신 서비스는 OS에서 운용된다. 기존 폰 기반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던 역량이라면 OS개발에도 얼마든 참여할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런 사례도 많다. 니치마켓으로서의 가능성은 아직도 많으며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강문석(TG Asia Ventures 사장)=SK텔레콤이 유선을 가지고 있지 않는 입장에서 유선쪽에서 발전전략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명성=유무선망과의 결합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요즘의 신혼부부들은 신접살림을 차릴 때 유선전화를 안놓는다고 한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휴대폰에 인터넷을 설치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현상을 볼 때 유무선망의 결합은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남희(호남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네트워크의 시큐리티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정보사회로 갈 때 안정성과 시큐리티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IP베이스 네트워크 체계에서 기인한다. 사실 IP베이스 네트워크의 단점은 굉장히 많다. 세계화가 계속되고 서브네트워크가 다양화되면서 다양한 시큐리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처음부터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IP에 대해 휩쓸렸던 것에 문제가 있다. 유럽에서는 IP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인텔에서는 주로 칩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동성과 속도를 보완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를 이끌어내는지 궁금하다.
◇이희성=많은 사람들이 인텔에 관해서는 실리콘을 만드는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실리콘을 이용한 빌딩블록을 만들고 그 위의 구현은 OS개발업체와 협의를 한다. 플랫폼을 오픈 스탠더드로 만들면서 OS개발사, 3rd와 같이 개발해 나가는 것이 인텔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인텔이 성장하게 된 배경 자체가 IBM이 PC를 만들면서 인텔 표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인텔의 성장전략은 산업을 리딩하는 표준을 만들고 많은 3rd의 참여를 유도해서 시장을 크게 만드는 것이 전략이다. 물론 이는 PC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이동통신을 기반으로하는 인프라 스트럭처부터 통신 컴포넌트. 스위치 프로세서 등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명성=IP에 대해 지적했는데 사실 많은 검토가 있었다. IP는 70년대 기술로 그 이후에도 좋은 프로토콜도 많이 나왔다. IP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훌륭한 네트워크 구조라고 보고 있다. 가장 저가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IP망을 따르는 방법밖에 없다.
◇천세영(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늘 학생들과 접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우리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는 캄보디아와 필리핀을 방문했는데 그나라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즉 PC방이 한국의 인터넷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이 말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모바일폰 공중전화 부스가 있어 이채로왔다. 필리핀의 경우 우리의 전화카드와 같은 모양이지만 단문메시지를 보내주는 카드가 있어 신기하게 구경한 적이 있다. 물론 나라별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원래의 의도가 그렇게 바뀌었겠지만 하는 생각이다.
무선 핫스폿을 얼마나 구축하겠다고 말하지만 원래의 의도만큼 구현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노트북을 갖고 있음에도 PC방을 갈 수밖에 없는 반쪽 서비스에 그칠 수도 있다. 내 노트북을 사용하고 싶지만 사용환경이 좋지 않다. 사용장나 소비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항상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가를 파악하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오재철(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기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사업화에는 평소 관심을 많았다. 우리나라의 모바일 전략 추진을 위해 인텔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인텔의 경우 빌딩블록 개념으로 사업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실제로 우리가 기술개발을 통해, 예컨대 플랫폼쪽만 완전히 개발해서 표준화하지 못할 바에야 강점을 특화시키는 편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
일본의 경우 SMS나 벨소리쪽에 특화된 나름대로의 서비스를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네이트나 컬러링 등이 그런 예다. 잘 정리해서 표준화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SK든 정부든 벤처기업이든 컴포넌트화를 잘 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인프라가 잘 돼 있다고 해서 정보통신에서 앞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빌딩블록의 컴포넌트 개념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우리나라쪽으로 유리하게 끌어오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명성=모바일커머스의 경우 기술도 표준도 없는 상황에서 개발하다보니 우리가 처음인 경우가 많다. 우리 망과 고객을 테스트베드로 시험하고 수정하면서 시장을 키워냈다. 사실 상당한 성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위주로 전략을 추진해왔으나 글로벌 경쟁체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SK텔레콤 영업의 주안점이다. 또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표준경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도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기순(아라리온 사장)=인프라의 우위가 사업과 비즈니스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하지만 결국은 모든 부가가치가 제대로 창출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모든 사회 및 기업 구성요소가 자원활용의 효율을 극대화시켜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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