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은 경쟁’
과기부가 지원중인 21세기 프런티어사업단의 과제를 살펴보면 공동연구도 아니면서 똑같은 이름의 과제가 서로 다른 기관에서 수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같은 이른바 ‘경쟁과제’들이 신정부 출범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정부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주요 과학기술 정책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21C프런티어사업단은 10년 단위로 운영하고 있는 국책사업단으로 선진국과 동등한 기술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100억원씩 총 1000억원의 정부 연구개발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타 정부연구과제와 다른 점은 사업단의 단장이 지원기관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자체적으로 과제와 수행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19개 사업단 중 약 10개 사업단이 복수 경쟁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단이 복수과제를 운영하는 것은 과제 수행자간 심리적 경쟁을 통해 성공률을 높이려는 일환이다.
일정 기간 연구과정을 두고본 후 중간평가를 거쳐 성과가 지지부진하거나 상용화 가능성이 떨어지는 과제는 탈락된다.
실제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의 경우 지난 2001년 ‘탄소나노튜브전자소자개발’을 2개 민간기업 연구소에 맡겨 1년의 연구기간을 거친 후 지난해 9월 1개 과제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탈락되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하게 된다.
기껏 1년 이상 정부의 예산을 투입한 후 중간에 떨어뜨리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업단장들의 견해는 다르다.
박희동 차세대디스플레이사업단장은 “기술이 어떤 쪽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경우 그냥 두고보는 것보다는 복수과제를 운영,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연구를 수행하게 한 후 어느정도 방향성이 잡히면 한 과제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경쟁과제의 대상은 주로 향후 시장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초창기 단계인 과제가 주로 채택된다. 또 설사 탈락됐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축적된 기술은 향후 타 연구개발에서 사용될 수도 있으므로 기회비용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 사업단장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의 병폐로 지적돼온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명도가 높은 연구자나 기업이 과제를 신청할 경우 후유증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2개의 과제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되면 중간평가에서 탈락시킬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계 한 관계자는 “프런티어사업단의 복수 경쟁방식에 대해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철저히 검증해 효율성이 입증될 경우 이같은 방식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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