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로 볼 때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철저히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전략을 축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참여정부는 이를 위해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을 개혁할 계획이며 심지어 동북아 평화정착의 목적도 동북아 중심국가로 가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핵사태로 확산되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 동북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역사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고 인식한다.
노 대통령은 “세계의 변방에 머문 동북아가 이제 세계경제의 활력으로 떠올랐으며 21세기는 동북아시대가 될 것이라는 세계 석학들의 예측이 착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정학적으로도 동북아 중심에 자리잡은 한반도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고급두뇌와 창의력, 정보화기반은 물론 인천공항, 부산항, 광양항, 고속철도 등 물류 기반도 갖춰 동북아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고 여긴다. 선진국들의 새로운 영역개척과 후발국의 무서운 추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에 참여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발전전략을 마련중이다. 제2의 과학기술입국, 지식정보화기반 확충과 신산업 육성, 문화 함양과 문화산업의 발전 등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은 새로운 동력창출도 개혁과 병행해야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노 대통령의 개혁방향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이며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나라’다. 교육도 소질과 창의성을 북돋는 쪽으로 혁신할 계획이다. 낙후된 정치도 개혁할 의지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다”면서 “21세기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로 웅비할 기회를 살려 나가자”고 말했다.
◇지식정보화 확충, 신산업 육성=노무현 신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나라가 지식정보화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 전환점에 선 지금 새로운 도약을 위해 세계 일류의 지식정보화 기반을 더욱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최대 과제인 동북아중심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한 축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면 나머지 한 축은 세계 일류의 지식정보화 기반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과 물류·금융의 동반발전이라는 밑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까지 전국토에 20Mbps급 초고속인터넷망을 보급하고 인천, 광양, 부산의 세 축을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대통령이 중심이 된 강력한 정보화추진체계와 청와대 비대화 논란속에서도 차관급으로 신설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조정기능이 이를 견인하게 된다.
노 대통령은 또 취임사에서 성장동력 중 하나로 신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DJ정부에 이어 새정부에서도 핵심 성장엔진이 될 IT산업의 세계 일류화 계획은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등 IT서비스 산업과 이동통신, 디지털TV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디지털TV의 경우 표준화 논란을 조기 종식시키고 2005년 전국토 대상 방송실시를 통해 2007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하는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래 신산업으로는 첨단 원천 융합기술 개발을 통한 핵심 부품과 소재산업에 초점을 두게 된다. 기업 측면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육성으로 역동적 산업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방대학과 지방산업특구를 수단으로 한 지역의 잠재력 확충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계획에서 부산과 광양을 각각 부품소재, 신소재단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제2의 과학기술입국 실현=노 대통령의 ‘제2의 과학기술입국’ 의지 천명은 앞으로 5년 동안 과학기술 육성을 정책과제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가 과학기술혁신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국가 전체 예산대비 연구개발예산은 4.7%로 노 대통령은 대선 당시 7%까지 약속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연구개발예산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는 취임사에서 엿볼 수 있었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노 대통령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무제한으로 예산을 투자하기가 어려움 점을 감안, 그동안 유지돼온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학기술정책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투자 효율화를 위한 종합조정기능 강화, 연구개발성과 평가시스템 보완, 연구개발 지원 및 성과확산시스템 혁신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현재 이공계 기피현상과 과학기술자 사기저하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성장 동력확보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과학기술인력양성, 지방대학 육성, 지식기반산업 일자리 창출에 정책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는 중장기 과학기술기획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 인프라를 위한 교육시스템 개선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국가목표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육도 혁신돼야 한다”며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소질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교육시스템에 손질을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노무현 신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는 경제성장의 실질적인 주체인 기업인의 사기를 진작하고, 나아가 이번 ‘참여정권’ 성공의 최우선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경제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실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기업규제가 심하고 많으면 기업활동은 그만큼 위축되고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업규제는 적을수록 좋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없는 것이 기업활동하기에 가장 좋다.
재계의 기업규제관련 한 전문가는 “사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말은 이를 수용하는 기업규모와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차이가 난다”며 “따라서 취임사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대한 체감은 1인 소상공인과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기업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취임사에서 밝힐 만큼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대한 새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노무현 당선자가 취임 전에 재계 관계자와 외국기업인들을 만나 가장 중요하게 역설했던 것도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제특구 건설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런 노 대통령의 의지를 하나의 통과의례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제 기억에는 역대 정권마다 항상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과는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업환경 개선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노무현 새정부는 기업·국민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기업활동 촉진과 경제활력을 위해 모든 국민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노 당선자의 솔로몬 해법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산업 적극 지원=그동안 노 대통령이 제시해온 ‘문화강국’ 실현의지를 취임사를 통해서도 재차 강조한 것은 향후 국내 문화산업 육성정책에 큰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2대 국정과제에 ‘지식문화강국 실현’을 포함시키며 이를 위해 창조적 문화역량을 강화하고 문화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지식정보사회의 전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비롯한 문화기금을 확충하고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과 지원사업을 적극 펼쳐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고 문화의 주체성과 다양성을 조화있게 만드는 동시에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개발 및 시장구조 개선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그동안 인수위를 통해 다양한 문화산업 관련 단체 및 민간협회 등을 대상으로 정책방향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앞으로 정책결정에 민간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국내 문화산업 및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이 보다 효과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청와대에 행정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정부조직을 진단하고 각 부처와 조직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에 돌입한 것은 이번 취임사의 내용과 맞물려 조만간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조직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문화산업 정책을 펴는 데 있어 걸림돌로 지적돼온 문화예산 확충 및 정부부처간 업무 중복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스스로의 노력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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