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식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대선운동때부터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펼치는 등 과학기술 분야 만큼은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렇게 일찌감치 디지털 대통령을 표방했던 노무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IT를 비롯한 첨단 성장 산업 육성과 과학기술 진흥, 성장과 고른 분배, 동북아 중심지로의 도약을 공식 선언했다. 새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좋은 정책은 그 기조를 유지하고 문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개혁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자신문은 주요 IT·벤처정책과 관련한 현안문제를 진단하고 새정부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를 담는 자리를 업계의 주요 리더들과 함께 마련했다.
△참석자=안철수 정보보호산업협회장(안철수연구소 사장), 이영남 여성벤처협회장(이지디지털 사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터보테크 사장)(가나다순)
△사회= 오해석 한국정보처리학회장(숭실대학교 교수)
◇사회(오해석 교수)=이번 좌담회는 어제 새로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IT정책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대선운동 당시 노 대통령은 IT수석제, 과학기술수석제, 국가정보책임자(CIO)제 도입 등 첨단산업 육성과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각종 직제개편 및 관련조직 강화를 주창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인터넷을 이해하며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대통령으로서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노 대통령의 공약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과연 그가 디지털 대통령으로서 취임후 어떤 방향으로 IT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주목한다. DJ정부 IT정책 추진과정에서 노출된 한계를 지적하고 그 개선과 관련한 새정부의 역할을 짚어본다.
◇장흥순(벤처기업협회장)=정부는 새 정책을 내놓기 전에 우선 중소·벤처기업 정책과 IT산업 육성과정에서 발생했던 중복투자와 부처간 업무분담 미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 차원에서 전반적인 정책을 조정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비서관의 역할은 크다고 본다. 정보과학기술 비서관 신설 등 청와대 조직개편은 제한된 자원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정부 부처간 이해관계 조정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부처별로 추진해 온 성장산업 육성정책은 인프라는 있으나 이들 산업을 국제화·고도화시키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새정부는 하드웨어에 치중하기보다는 이들의 운영과 관리, 내실화라는 소프트웨어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
◇이영남(여성벤처협회장)=IT산업과 벤처정책은 시장논리에만 맡길 수 없다. 수출과 해외 진출,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구심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판단하는 일이다.
◇안철수(벤처기업협회 부회장)=정부가 좋은 제도를 내놨지만 정작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 국민과 기업에 효과를 직접적으로 주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 추진자들의 잦은 이동에 따른 전문성과 책임감 결여가 큰 문제다.
정책 입안도 중요하겠지만 시행방식과 사후관리에도 무게를 실어야 한다. 정부는 그간 정책 입안에만 집착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시행과정에 대한 이해부족, 사후관리나 평가제도 미흡으로 수많은 좋은 정책이 사문화됐다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결과 위주의 평가방식을 지양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정리, 차후 같은 상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국민들 모두가 입안과 추진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회=디지털 대통령을 자임한 노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을 동북아 시대의 IT강국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연구개발 비용을 현재 4%대에서 7%까지 올리고 과학기술 입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장흥순=CEO의 자질과 비전은 기업 성장에 매우 중요한 핵심요소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가 된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떤 지도자보다 인터넷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이 될 듯하다. 특히 그는 인터액션, 상호소통이라는 온라인 매체가 가진 고유의 특성과 그 중요성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활용한 다면 평가 시스템, 국민 여론 조사, 정책자료 조사 등에 그가 선거 시기에 보였던 여러가지 모습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이제 그는 자신이 제시한 새로운 비전에 걸맞은 정책과 사후조치를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일단 과학기술의 중요도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인식수준은 관련예산 편성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전통적인 산업에서 성장산업으로의 개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성을 띠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산업에서 소외됐던 창업·여성·벤처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예산확보와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DJ정부가 창업기반 조성, 관련 지원체계 마련 등 성장산업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면 노무현 정부는 그 꽃을 피우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영남=월드컵 성공 개최 후 우리 IT산업과 벤처 기술력을 인정하는 해외의 시각이 더욱 높아졌다. 벤처산업은 경제의 지식집약화를 가늠하는 척도역할을 한다. 우리 성장산업에서 여성 벤처기업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폭을 넓히고 있으며 이제는 중요 핵심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여성기업의 인지도도 높아져 대기업을 비롯한 일반 벤처기업과의 관계도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이는 여성 벤처들의 피나는 노력과 아울러 지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육성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소수자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새정부도 여성 기업을 다른 일반기업과 동일선상에서 편견없이 대해주리라 기대한다.
◇안철수=젊은 세대에 집중된 IT정책을 아날로그 세대로 불리는 중장년층까지 포괄하는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이는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중장년층 소외 극복 방안과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서도 만점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에도 당시 수준에만 머물지 않고 몇년 후를 상정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인터넷 대란을 보더라도 인프라 구축에만 관심을 둔 정부의 관리허술이 문제가 됐다.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창출과 결코 상관없는 산업이 활성화되는 기현상도 정부의 사후관리에 허점이 있음을 증명한다.
이와 함께 새정부는 그동안 잘 닦아 놓은 우리의 첨단 산업 인프라를 국가 브랜드화해 수출모델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사회=최근 발표된 미 정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말까지 실리콘밸리가 창출한 일자리 수만 해도 200만개가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DJ정부가 그랬듯 노 대통령도 IT산업 활성화를 통한 100만 일자리를 창출, 실업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입장인데.
◇장흥순=지식집약 사회에서 창업 활성화는 실업문제 해결의 핵심과도 같다.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히고 있는 벤처기업이 많다. 상당수 기업은 아직도 코스닥시장에서의 IPO를 유일한 성공으로 오인하고 있다. 정작 이들 기업에 중요한 것은 성장 동력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일과 조건만 맞다면 언제든 EXIT할 수 있는 환경이다. 미국의 경우 M&A시장이 넓어 중간단계의 EXIT가 활성화된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보육센터나 대학실험실 창업 기업에서 성공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M&A시장 활성화에 한층 무게를 던져주고 있다. 이처럼 창업과 퇴출이 활발해진다면 결국 기업 활성화와 함께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인프라가 좋은 우리의 경우 콘텐츠산업 육성이나 여성 창업기반 강화를 통해 인력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일자리 창출 창업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영남=최근 여성 경제인구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 여전히 뿌리 깊은 편견이 작용하고 있다. 기업문화에도 남녀 기회 균등이 확대되고 있으나 사내 문제점도 없지 않다.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최근 여성인력의 활발한 사회 진출이 선진화의 지름길이라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비록 여성기업의 역사는 짧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여성 기업인과 활동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여성 경제인구의 활성화는 실업률 해소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이들 여성 창업자와 직업 여성을 위한 탁아, 노인 등 사회 공공복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또 이제는 ‘여성정책’이라는 개념을 더 확장시켜 보다 세분화된 지원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철수=최근 대졸 취업난이 심각하다. 단순히 연구비 투자나 창업 기업수만을 고려하지 말고 이들 기업의 성장에 필요요건인 시장 상황과 수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수가 아무리 많다해도 시장과 수요가 없다면 이들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만이 강조되고 성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결국 기업의 창업과 활동을 방해하는 꼴이 될 것이다.
◇장흥순=맞는 말이다. 이제는 기술력이 없어 실패하는 사례보다 시장이 없어 실패하는 사례가 더 늘고 있는 추세다. 수요 부족에 따른 기업 붕괴문제는 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 성장산업과 관련된 시장은 크게 대기업시장과 공공시장으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들 시장은 중소 벤처기업들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도급 관행 등 대기업과 관련된 전통적 구조가 문제다. 대기업과 벤처 기업의 수평관계가 강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독과점화는 오히려 촉진됐다. 작지만 강한 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서 대기업과의 관계 등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시장에서 정부 입찰시 작은 기업에 우선권과 혜택을 주고 사업에 따라선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참여를 배제시키는 등 정부 규제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 이상적이다.
◇안철수=미국의 경우, 공공 부문에서 중소 벤처기업 제품을 흡수해야 하는 의무비율이 정해져 있다. 물론 국내 산업구조 상황이 이와 다르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공공시장을 통한 벤처 수요 창출에 대해 차후 자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DJ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된 벤처 지원정책은 그간 잡음도 많았지만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의 벤처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하나.
◇장흥순=벤처산업은 소규모 독립 창업기업도 대기업보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전환기를 지나면서 연구개발과 혁신능력을 갖은 벤처 창업자들은 마케팅, 투자유치, 조직 문화 등 기업 성장 단계별로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새 정부도 신성장산업에 관해 창업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들의 육성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마침 벤처 재도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무르익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지난 정부가 잘 구축해 놓은 IT 및 벤처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인프라를 잘만 활용한다면 글로벌 스타급 기업과 제품 생산에 문제가 없다.
◇이영남=벤처는 기업의 핵심 역량과 나눔의 문화로 대변된다. 이윤 배분의 균등 문제나 전통제조업의 지식집약화의 확산에 벤처산업이 기여한 바가 크다. 벤처 비리 때문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거품 제거와 각성의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자리에서 노 대통령과 새 정부 관계자들도 중소·벤처산업의 중요도를 잘 간파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벤처정책의 큰 물줄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철수=벤처산업이 겪었던 지난 일을 값진 경험으로 여겨야 한다. 하지만 벤처에만 문제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굳이 벤처 비리가 아니더라도 각종 비리, 부정은 사회 구조적 문제로 존재해왔다. 각종 실패 사례와 문제점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정비도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는 시장과 지역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 새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 시스템이나 미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사회=얼마전까지 언론과 여론을 통해 벤처산업과 관련된 어두운 부분만 지나치게 부각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최근 벤처기업들에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이 수출 문제다. 현재 유력 수출품은 휴대폰 단말기, LCD 등 일부 품목에만 집중돼 있고 소프트웨어 등 대다수 분야의 수출 실적은 거의 미미하다.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장흥순=한 예로 중국 수출 지원과 관련해 최근 대기업 유통채널이나 현지 상사와 연계한 차이나 비즈니스센터를 설립, 경쟁력있는 분야에 대한 현지 컨설팅,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굳이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지 않더라도 중국, 동남아 시장만 제대로 석권해도 어느 정도 세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 각광받는 우리 문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산업을 현지화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현재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력이 매우 취약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우리 엔지니어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고 팀워크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다. 또 고학력 엔지니어들일지라도 전문지식이 부족해 입사후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교육기관 졸업 후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
특히 시장이 넓은 패키지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우 모든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고난위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런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간 인력 및 정보 교환이 필수적인데 이를 뒷받침할 튼실한 기업들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안철수연구소만 하더라도 국내 파트너를 찾지 못해 시너지를 발생시킬 만한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 대책으로 국가 주도의 대규모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활용, 인력 육성 기회로 삼는 것도 한 방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소프트웨어산업 진흥을 공약했던 대선 후보들은 많았으나 훗날 그 실천 방안을 내놓은 지도자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공약이 공약이 돼서는 안된다.
◇사회=IT분야와 남북 관계, 교류 문제에 대해 참석자 여러분의 입장을 밝혀 달라. 남북교류는 물론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겠지만 민간 차원의 남북간 IT교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안철수=몇년 전 한 벤처기업이 북한 공동 진출 의사를 전해온 일이 있었으나 거절했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북한 진출과 남북교류는 리스크가 높은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네트워크 구축, 컴퓨터용 백신 제공 등 낮은 수준에서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한 사업 분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흥순=대학 연구소 등 남북간 과학기술자들의 교류에 주목할 만하다. 김책공대만 하더라도 언제든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개방만 된다면 이들과 같은 우수 인력을 남북 합작사업과 우리 첨단산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그동안 과학기술정책 입안과 추진에서 전문 기술고시 출신자와 과학기술전문가들의 참여가 거의 배제돼 왔다. 이는 때로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탁상공론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도 여기에서 기인한 기현상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는 성장 기업과 대기업의 임원 중 상당수가 이공계 출신이지만 여전히 정부 안에서는 이공계 출신자를 천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장흥순=한국은 테크노크라트의 성공 사례가 없다. 과기부 장관을 제외하고 이공계 출신의 경제 장관이 나온 경우는 아직까지도 없다. 정부 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에서 이공계 전문인력을 활용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아쉽다. 물론 지난해 기술자 출신의 CEO상을 마련하는 등 정부의 노력도 없지 않았다. 기술 경쟁시대에서 그 추이를 간파할 수 있는 엔지니어 출신의 CEO와 관료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안철수=이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여성 분야의 육성 정책처럼 조직내 이공계 출신자 비율을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할당제나 인센티브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정부에서 매년 뽑고 있는 기술 관료 수도 매우 적을 뿐더러 처우가 좋지 않다는 점도 지적할 만한 사항이다.
최근 세계화라는 화두가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세계화는 보통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양분돼 논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IT기업들이 갖춰야할 세계화 전략은.
◇장흥순=IT산업의 세계화란 측면에서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먼저 고려돼야 한다. 기존 시장 지배자들이 만들어 놓은 진입 장벽이 가장 큰 문제다. 높은 진입 장벽은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외 경험을 충분히 쌓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중국 시장 진출과 관련, 동북아 중심국가로 한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과 동남아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중화권에서 성공한다면 이는 곧 세계적인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안철수=진출국이 어느 나라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 기업 특성에 맞는 진출국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진출 후에는 과감한 현지화를 시도, 현지 영업관행 생활방식 등을 익히며 영업폭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긴급 좌담회 자리를 정리하며 새 정부에 바라는 점 한가지씩만 얘기해 달라.
◇장흥순=한국은 향후 수년안에 G10국가에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IT 선진국 진입을 위한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5년은 이런 기획하에 잘못된 점은 뜯어고치고 뒷받침할 것은 확실하게 밀어주는 정책 기조가 유지됐으면 좋겠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고 과거 잘못된 제도를 확실하게 개혁하는 것도 IT산업 진흥에 한몫할 것이다.
◇이영남=최근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화위복하려는 기업인들도 이에 못지 않다. 최근 IT대기업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그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시책을 바꿔 혼선을 빚었던 점을 감안, 해외 벤치마킹에만 신경쓰지 말고 우리만의 독특한 벤처기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안철수=새 정책과 제도를 마련할 때 그간의 실패와 과오가 다시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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