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지난주 있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는 신임회장 선출건 말고도 주목을 끈 또 하나의 행사가 있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정보보호산업협회 회원사들이 ‘윤리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윤리선언의 내용은 정보시대의 최선봉에 서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한 정보이용을 위해 정보보호산업체로서 실천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것이다. 정보보호를 위한 책임과 봉사를 다하고, 안전한 정보이용 환경을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며, 정당한 방식으로 기업이윤을 추구하고 정보보호를 실천한다는 것들을 골자로 하고 있다.
‘1·25 인터넷 대란’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협회의 이 같은 윤리선언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인 ‘수익성 추구’와 함께 사명감을 갖고 공익도 실천하자는 취지니 말이다. ‘타경쟁기업을 존중하며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준수한다’는 윤리선언의 내용대로라면 업체들도 지금보다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정보보호산업협회가 총회 자리에서 이 같은 윤리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한해 동안 시장침체가 계속되면서 저가경쟁으로 인한 공멸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정보보호업계는 수주실적을 쌓기 위해 이윤은 고사하고 원가 이하의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정보보호업체들은 이 같은 출혈경쟁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누구 하나 앞장서 나서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윤리선언으로 표면화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묵과할 수 없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자율적인 ‘자정’의 수준이어야지 자율을 가장한 규제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윤리선언 내용 가운데는 ‘회원이 윤리선언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그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국가와 사회에 대해 심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경우는 회원자격의 박탈을 비롯한 엄정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가격을 지키자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칫 담합으로 흐를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협회의 윤리선언이 업계 이기주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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