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The News]남중수 KTF 사장

 ‘IMT2000 지휘자’ ‘KT민영화의 실무 주역’.

 한달여 전 KTF 사령탑에 오른 남중수 사장(48)은 KT내 몇 안되는 보고(寶庫) 중 한 사람이다. SK텔레콤과 지분 맞교환 협상 때에는 SK측이 협상멤버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다. 이번 통합KTF 사장 경선에서도 사실상 경쟁대상자가 없었을 정도다.

 그는 이제 새로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동전화시장이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의 성장이 쉽지 않다. 게다가 2㎓ 대역 IMT2000 사업자인 KT아이컴과의 합병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올해안에 ‘회사의 성장’과 ‘안정된 통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짐을 떠안고 있다.

 남 사장은 취임 이후 시간을 쪼개가며 회사 업무를 하나하나 파악해가고 있다. 남사장의 ‘시테크’를 보면 요즘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있다. 그는 해가 짧아 어둑어둑할 무렵인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한다. 늘 일찍 출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직원들은 ‘사장이 회사 정문을 직접 열고 출근하는 게 아니냐’라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간단한 운동을 끝낸 그는 자사에 대한 언론보도와 업계동향 등 최신정보를 검색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식사시간도 마찬가지다. 남 사장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시간은 단 10분. 점심을 즐긴다기보다 자동차 주유하듯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일찍 출근하면 직원들만 괴롭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직원들이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직원들이 자신을 ‘엄격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한다. 자칫 근엄하게 보일까 싶어 수시로 직원들을 방문해 웃는 얼굴로 자유롭게 대화하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남 사장은 그야말로 준비된 CEO다. 실제로 그는 KT의 경영지원실장, 재무실장 등 20여년간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CEO 준비를 해왔다.

 그가 통신업계에서 ‘다크호스’로 부각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다. 지난 2000년 KT의 IMT2000 사업추진본부장을 맡아 비동기식(WCDMA) 사업권을 확보, KT아이컴을 탄생시켰다. 당시 남 사장은 양복 안주머니에 ‘사직서’를 가지고 다녔다. KT의 미래가 IMT2000에 달렸으며 여기서 실패하면 자신도, 회사도 더이상 비전이 없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남 사장은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추진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1년부터 KTF로 옮길 때까지 KT의 재무실장을 역임했다. 재무실장 재임중 KT의 해외 DR 발행을 성공시켜 KT를 국제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KT의 민영화 과정에서 SK텔레콤이 확보한 KT 지분과 KT의 SK텔레콤 지분 맞교환을 성사시킴으로써 기획, 재무, 협상 등의 부문에서 CEO로서의 능력을 널리 확인받았다.

 업계의 이목은 이제 그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쏠려있다. KTF 수장으로서 앞으로 이 회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는 관심이다.

 첫 시험대는 KTF와 KT아이컴의 통합이다. 원만하면서도 제대로 통합하면 남 사장은 ‘최고의 CEO’가 될 수 있다.

 “KTF와 KT아이컴의 합병은 단순히 두 회사를 통합시킨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회사의 장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임직원에게 ‘창조적 통합’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남 사장은 “21세기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협력자가 되고, 어제는 별개의 산업이 오늘은 연관산업으로 정의되는 통합경쟁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런 새로운 융합의 시대에서 KTF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이며 이러한 것이 바로 ‘창조적 통합’이라고 설명한다.

 남 사장은 “그동안 통신사업자들간 과당경쟁으로 서로에게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조만간 통신업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간 협력을 통해 시장 전체를 키우고 가입자들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사업자의 공동 해외진출을 제안한 바 있다. 경쟁사들의 반응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남 사장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고 데이터사업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KTF는 이런 환경 속에서 최고의 브랜드와 기업으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최근 이동통신업계의 전체적인 주가하락 등 여러가지 악재도 겹쳤다.

 “KTF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주주 중심의 경영으로 최고경영자와 투자자간에 상호신뢰를 갖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기업의 펀더멘털을 높이는 본질경영과 주주 중심의 신뢰경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도 활발한 IR 활동을 펼쳐 투자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도록 할 것입니다.”

 남 사장은 딱히 특별한 처방이랄 게 없다고 말한다. 원칙적이고 도덕적인 경영으로 당당하게 갈 뿐이라고 말했다.

 어떤 CEO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최고의 CEO상은 기업의 급속한 환경변화에 상관없이 직원들이 매진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활력을 북돋우는 리더”라고 정의한다. 이를 위해 기업내 직원 행복지수 제고를 통해 KTF를 ‘Great Work Place’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자고 나면 신기술이 하나씩 등장한다’는 말이 통할 정도로 급변하는 게 이동통신산업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남 사장이 KTF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지를 지켜보면 이동통신업계 판도를 저절로 알 수 있을 것같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55년 서울 출생 △74년 경기고 졸 △서울대 경영학과 졸 △86년 듀크대 경영학 석사 △90년 매사추세스대 경영학 박사 △80년 정무1장관 비서관 △81년 체신부장관 비서관 △82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기획관리실 경영기획과장 △90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국제통신사업본부 영업1부장 △91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춘천전화국장 △92 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경영기획실 요금기획국장 △93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경영기획실 경영계획국장 △95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워싱턴사무소장 △95년∼현재 한국정보통신정책학회 이사 △97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인사국장 △97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공정대책실장 겸 경영지원실장 △98∼2000년 SK텔레콤 비상임이사 △98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사업협력실 실장(상무이사) △98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충북본부장 △99년 국방대학원 파견 △99년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겸임교수 △2000년 한국전기통신공사 IMT사업추진본부장 상무이사 △2001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재무실장 전무이사, KT 재무실장 전무이사 △2001년∼현재 광인터넷포럼 의장, KT아이컴 비상근이사 △2003년∼현재 KTF 대표이사 사장 △2002년 제1회 한국CFO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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