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권하는 책]서조황 EPG 사장

 <르네상스-카를로스 곤 자서전> 카를로스 곤 지음, 오정환 역, 이레 펴냄

 이 책을 읽은 것은 작년 9월인가,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서 였다. 과거 내 자신이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브라질에 5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브라질 출신으로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카를로스 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브라질 태생의 레바논인이라는 결코 주류라고 할 수 없는 태생 배경을 가진 인물이 세계 유수 자동차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또 도산 직전의 닛산자동차의 경영을 맡은 지 1년이라는 최단기간에 흑자기업으로 되살려 놓은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그의 자서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책을 읽게 됐다.

 어려운 환경에서 정도를 걷고 현장 중심의 경영을 하면서 모든 어려운 문제를 헤쳐 나가는 카를로스 곤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돋보이며 그의 경영철학과 가치관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뿐 아니라 모두에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지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귀감이 된다. 꼭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인생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그의 ‘성장기’에서부터 프랑스의 명문 에꼴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이후 처음 근무하게 된 ‘미쉐린’ 시절과 안정적인 미쉐린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 ‘르노’ 시기, 르노의 합병으로 새로운 문화에서 또 한번의 도전을 하게 되는 ‘닛산’에서의 경험, 그리고 가족과 세계에 대한 가치관을 담은 ‘가족·세계’로 구성돼 있다. 이중 ‘미쉐린’과 ‘르노’ ‘닛산’ 2·3·4부에서 그의 경영철학과 성공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경영철학 중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철저한 현장중심적 사고다. 카를로스 곤은 경제원리나 학설보다는 현장점검과 현장에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책임의식의 부재를 가져오고, 나아가 위기의식의 결여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서로 다른 팀 사이의 그리고 직원과 경영자 사이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의식의 실천방안 중 하나가 복합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이다. 상황에 따라 크로스컴퍼니팀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기도 하고 역할이 변경되기도 하지만 기본 개념은 같으며 카를로스 곤의 문제해결 뒤에는 항상 복합기능팀이 있었다.

 복합기능팀은 마케팅·판매·연구개발·제조 등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한 팀으로 모아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제안을 하도록 만든다. 복합기능팀은 직무와 직무사이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미지의 부분이 있었음을 알게 하고 그곳에서 해결책을 찾아내기도 한다. 또한 현황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기회의 모든 측면을 세부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검토하는 과정이다. 이 복합기능팀이 제안을 하면 기존의 경영조직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다른 부서에서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을 그는 무엇을 만드는지 모르고 오른손과 왼손으로 각각 점토를 반죽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인재를 중요시하고 더불어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문제해결을 위해 유명 컨설팅사에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며 답을 구하고 그 의견에 따라 단칼에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하는 국내 대기업들과 대조가 되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다.

 그는 또 위험을 두려워해 무난한 목표만을 설정하는 안일주의를 배격하고 아이디어 자체뿐 아니라 실천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려워보이는 목표를 설정해 능력을 한계에까지 끌어올리고 실패에 대한 비관에 빠져있기보다는 실천방법에 문제는 없었는지 다시 점검해보며,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일본에 살고 있는 브라질계 레바논인이라는 그의 배경에 걸맞게 그는 다문화와 이질성을 잘 이용하는 국제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상대를 먼저 존중하고 존경하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장점을 배우려는 그의 노력은 프랑스와 브라질의 융합인 미쉐린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차이가 있었던 르노 시절에서, 그리고 프랑스와 일본이라는 너무도 다른 문화환경이 부딪혔던 닛산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은 국내 기업이지만 다른 문화, 다른 사고방식과 만났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고 장점을 접목시키는 그의 스타일은 요즘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우리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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