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 같다.
국제유가·종합주가지수·기업체의 경기실사지수(BSI) 등은 일제히 위기 경보를 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미국의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outlook)을 긍정적(positiv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두 단계나 내렸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도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니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경제호가 침몰할 것 같아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불룸버그통신에서 “한국 경제가 자아도취 망령에 직면했다”고 보도하는 등 적신호를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세계 경제 회복이 늦어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아직 경기활성화 대책 등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소득 3만달러 수준에서나 검토될 만한 정책들이 논의되고, 제조업 공동화 등과 같은 시급한 과제들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니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5%대에서 4%대로 낮아지고 있다. 이미 영국의 경제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성장률 전망치를 5.4%에서 4.6%로 끌어내렸고, 아시아개발은행이 5.6%에서 5.0%로 낮춰잡았다. 또 UBS워버그도 한국의 소비둔화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세계 경제침체로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4.7%에서 4.3%로 낮췄다. 북핵문제·유가급등·환율불안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덩달아 기업의 투자심리와 민간 소비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2001년 3분기 이후 최저치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년간 성장을 주도해오던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우리 경제의 성장 견인차인 수출과 설비투자도 불투명하다고 한다. 경기예고지표인 선행지수가 떨어지고, 수출기업의 업황전망 BSI(81)가 내수기업(85)보다 비관적이며, 설비투자 실행전망 BSI(98)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욱일승천하던 우리 경제가 이처럼 사면초가에 몰린 것은 북핵문제와 이라크전쟁 등 대외적인 문제와 내수 위축 및 새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등 대내적인 악재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특히 정책당국자들은 아직 정책의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새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수수방관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 본연의 자세다.
물론 이라크전쟁과 북핵문제 등 대외적 불확실성을 우리의 힘으로 걷어내기는 힘들다. 뿐만 아니라 새 정권 출범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라는 것이 무리한 주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환율과 유가 등 기초적인 여건이 달라진 만큼 경제성장률·경상수지·물가 등 전반적인 거시지표를 조정하고, 정부가 연초에 짜놓은 경제운영계획을 손질하는 것은 가능하리라 본다.
이런 조치가 취해지기만 해도 급속한 소비 위축 등 대내적 요인들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차제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확대도 검토해봐야 한다.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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