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업체들간 과열경쟁과 이를 이용한 중국업체들의 교묘한 값깎기의 악순환이 휴대폰업계에 재현되고 있어 한국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특히 중국업체들이 갈수록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어 자칫 한국이 이들의 아웃소싱 대상으로 전락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중견·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파트너를 조사한 결과 닝보버드·콩카·서우신·소텍 등은 두 개 이상의 한국업체로부터 이동전화단말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상당수가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닝보버드사는 텔슨·팬택·세원·벨웨이브 등 무려 4개사를 파트너로 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콩카하는 텔슨·팬택 등 2개사를, 소텍사는 인터큐브·팬택 등 역시 2개사로부터 휴대폰을 공급받고 있다. 또 서우신사는 텔슨·팬택&큐리텔 등 3개사를 파트너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모델에 대한 기술개발 능력을 확보하면서 최근 일대일 파트너십 관계를 일대다 구도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특히 일대다 구도는 기술력이 취약한 cdma2000 1x와 GPRS 단말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업체들은 저가모델을 중심으로 GSM 단말기의 생산기술을 확보했으나 CDMA·GPRS 단말기는 아직까지 기술 수준이 크게 떨어져 한국을 비롯, 해외업체들로부터 물량을 의존하고 있다.
중견업체인 A사 사장은 “중국 현지에서는 ‘닝보버드·TCL·콩카 등 중국의 3대 로컬업체가 담합해 한국업체들의 공급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라며 “올해들어 중국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력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중소업체인 B사는 중국의 가격인하 압력으로 올해 사업축소가 불가피해졌다. B사 사장은 “중국업체가 cdma2000 1x 단말기 공급계약을 대당 220달러에 해놓고 대당 50∼60달러를 깎아달라고 한다”며 “올해 몇몇 공급계약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분기별로 5∼10달러 정도를 인하해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사 임원은 “일본업체들은 중국업체들이 가격인하를 요구하자 집단적으로 이를 거부했다”며 “한국업체들도 중국의 횡포에 대항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사 사장은 “중국업체들은 저가모델을 중심으로 올해 중국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의 40%를 장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신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CDMA와 GPRS 시장에서는 한국업체들간 과열경쟁을 유도해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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