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수출전략 다시 짜자> (상)무역전선 이상기류

 “중국이 무섭다.” 국내 한 유력 경제연구소 중국 전담 연구원이 최근 중국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대하며 내뱉은 말이다.

 세계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변한 차이나타운 하나 조성되지 않고 있는 나라, 그만큼 중국에 대한 경쟁의식과 경시풍조가 뿌리깊은 나라,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중국정부가 내놓고 있는 잇단 ‘대한국 견제성 조치’에 긴장하고 있다.

 동북아 경제권의 핵심 파트너로서, 특히 수출 경쟁국이자 상대국으로서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중국을 대하는 시각과 방법의 변화를 요구한다. 급변하는 대중국 진출 환경변화와 우리의 대응전략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금까지 중국은 우리에게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 기회의 대상이지 위협의 상대는 아니었다. 당장 무역수지만 해도 수교 원년을 제외하곤 10년간 줄곧 흑자기조를 유지해오고 있을 정도로 중국은 한국의 ‘봉’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는 중국을 상대로 5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13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제1의 무역수지 흑자 상대국이 됐다.

 중국의 탕자쉬앤 외교부장도 “한국인이 중국을 보는 주된 시각은 ‘중국 기회론’”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는 ‘위협론’이 병존하는 미국과 일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중국에 대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는 주변 열강과 우리와의 차이를 극명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하이에서 중고 휴대폰 중계무역업을 하는 박진열씨(34)는 “중국인들은 태생적으로 장사에 능하다”며 “돈을 모으고 불리는 것이 인생의 최대 즐거움인 사람들이 중국인”이라고 말한다.

 “마늘협상 당시 우리 정부를 상대하는 기술과 전략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인들은 절대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대중국 수출을 통해 얼마간 흑자를 기록한다고 해서 여기에 자만하거나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중국인들은 분명 그 이상의 무엇을 우리에게서 얻어가려 할 것입니다.” 베이징 근교에서 캐릭터용품 제조업체를 운영중인 김태환 사장의 말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심상찮은 움직임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모두가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중국은 올 1분기중 한국산 광섬유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당국이 조사에 착수할 경우 외국산 IT제품에 대한 중국 최초의 조사 사례가 된다. 이는 중국의 수입규제조치가 석유화학·철강 등 기존 전통산업 제품군에서 첨단제품으로 확대된다는 상직적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대중국 수출이 급증세에 있는 휴대폰 역시 중국업체들의 수입규제 요구가 제기되고 있어 한국산 IT제품에 대한 중국당국의 수입규제는 올들어 크게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는 5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는 중국강제인증(CCC)제도 역시 정확한 정보의 부재와 준비기간의 부족으로 인해 올해 대중 수출의 최대 악재 중 하나로 꼽힌다.

 KOTRA의 황재원 해외조사팀 과장은 “시행을 두달여 앞둔 지금까지 해당 품목의 세부사항 등 CCC마크에 대한 자세한 정보의 공개를 계속 미루고 있는 중국당국의 의중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련의 중국발 견제조치에 관련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17일 무역협회가 발표한 ‘수출업계 정책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기·전자업종 수출업체의 37.7%가 ‘중국의 부상’을 수출환경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원자재 가격상승(10.4%)이나 통상마찰(6.5%)을 꼽은 업체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또 국내 무역업체의 절반 가량(46.7%)은 신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이 제한적 성과에 머물 전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이들은 ‘중국의 견제’를 꼽았다고 협회는 밝혔다. 

 “상인에게는 ‘전(錢)’이란 한 글자만 중요하다. 다른 것은 일절 개의치 않는다. 돈이 있으면 귀신도 맘대로 부릴 수 있다.”

 중국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바이블처럼 읽혀진다는 청나라때 소설 ‘기로등(岐路燈)’의 한 대목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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