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너지는 벤처생태계

 벤처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창업보육센터·집적시설·벤처육성촉진지구 등 벤처 창업의 산실들은 사업 반납과 입주기업의 이탈로 붕괴 위기를 맞고 있으며, 지난해 사상 최악의 투자실적을 기록하는 등 꽁꽁 얼어붙은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해빙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벤처 열풍을 타고 엄청나게 유입되었던 고급인력의 유턴현상이 심화되면서 인력수급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경제의 희망이었던 벤처산업의 불씨가 꺼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최근 중기청이 발표한 자료는 벤처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월 153개소였던 벤처기업 집적시설이 불과 1년여만에 134개소로 19개소가 줄었고, 2000년 2조75억원이던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은 2001년 8893억원, 2002년 5652억원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때 141개에 달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서울지역의 벤처 집적시설물이 절반(74개)으로 줄었고, 인천지역은 8개에서 4개로, 울산과 전남지역은 1개씩 있던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정이 취소됐다. 집적시설이 없는 광역단체가 4개 지역이나 될 정도로 벤처창업의 필수요건인 돈과 장소가 줄어드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대안으로 추진됐던 벤처육성촉진지구 사업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 3월 서울시가 벤처육성촉진지구로 지정했던 홍릉·영등포·성동 등 3개 지구는 재원 마련에 실패하면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설을 폐쇄하거나 운영을 포기하는 창업보육센터가 늘어나고 있다니 걱정이 크다.

 벤처창업의 필수요소인 자금줄도 바짝 말랐다고 한다. 2000년 2조75억원이던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이 4분의 1로 줄었고, 2000년 571억원이던 엔젤투자는 2001년 123억원, 2002년 34억원으로 떨어지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 및 엔젤을 통해 종자돈을 받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희망인 벤처산업을 살릴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원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벤처산업의 자생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직접지원보다는 벤처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는 등 간접지원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옥석을 구분할 수 있도록 개별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벤처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오는 2005년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벤처확인제도를 폐지하고, 회사재산을 유용한 불법·부당기업과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기업의 벤처확인을 취소하는 등 벤처기업의 신뢰회복을 위한 기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M&A시장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 맞교환에 따른 세제지원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벤처기업의 특화도 시급한 과제다. 지금과 같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이 생산과 마케팅을 독점하는 체제로는 국제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비교우위를 가진 부문만 선택한 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 꺼져가는 벤처산업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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