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2일 중국 기업관계자와 국내 화교경제인 대표를 초청해 화교자본의 유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세미나를 열었다. 노 당선자의 중점과제인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실현하기 위해 화교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동아시아지역에서 화교자본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과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지역에서 아직 차이나타운이 없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접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기술표준 선점이 중요한 IT산업 부문에서 중국시장과 연결된 화교자본 기업과 연구개발의 보조를 맞춘다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크다.
인수위측은 이날 회의가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다고 자평했다. 정태인 인수위원은 “중국측이 IT 연구개발 허브가 구축되는 송도지역에 들어오게 될 삼성 등 대기업 연구소와의 교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기도가 추진해온 1000만달러의 한·중 펀드 조성과 일산 차이나타운 건설계획도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외부인사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수년째 중국과의 협력을 시도해온 한 인사는 회의장에서 나와 대뜸 “동북아경제중심국가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조마조마했다”고 토로했다. 아시아의 대국임을 자처하는 중국인의 특성상 중심국가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일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리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지만 중국에 대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미나에 초대된 칭화대기업집단에 대한 평가도 달랐다. 연매출 200억원 규모 기업 100개의 연합체 성격이므로 우리나라에 대한 화교자본의 투자를 거론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인 기술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개인적인 의견차이라기에는 너무나 극명한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세부정책이 아닌 전체적인 국가의 구상을 제시하는 것이 인수위의 임무라고 해도 쌀쌀한 현실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더구나 “이런 식으로 외부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점점 외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인수위 주변의 기류는 너무도 따뜻해 보인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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