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석 솔로몬인베스트먼트 대표 solandco@hanmail.net
새 정부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남북경제교류협력,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철도건설, 한·중·러 3국의 에너지 공동개발, 물류 및 비즈니스 허브 구축 등의 세부전략을 수립했다.
그런데 세계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을 동북아의 허브로 여기는 것 같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경제중심국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최근 코스닥의 인터넷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장과 이러한 문제를 두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시장잠재력이 방대한 중국을 밀어내고 동북아의 경제허브로 자리잡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e마켓플레이스’의 확립·발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일본은 쇼와시대의 호황 이후로 10년 이상 헤이세이시대의 불황에 허덕이며, 최근 디플레이션까지 겪고 있지만 독일, 영국, 프랑스보다 경제규모가 크고 과학기술분야에서 3년 연속으로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로 저력이 있다. 또한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를 넘어 최대 수요처로서 세계적인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경제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 중국에 앞설 핵심 경쟁우위요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로는 우리나라가 농축된 정보기술(IT) 인프라와 관련 기술에서 일본과 중국에 앞서 있다. 이는 한국이 초고속인터넷, 모바일 등 유무선통신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는 국가로 올라선 데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차세대 통신 인프라 스트럭처를 고도화하고, 모바일정부를 구축하며, IT 전문인력의 양성을 강화하고, 유비쿼터스코리아를 건설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서는 등 동북아 IT허브로서의 위상을 미래로 연결해가려는 의지를 보여 주목된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앞으로 동북아를 비롯해 세계의 허브가 되기 위한 핵심 경쟁우위요소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루고 미래의 기대를 실현할 IT산업에서 벤처가 사라져가고 있어 염려스럽다. 벤처산업이 지난 5년여 동안 많은 폐단과 부작용을 낳았지만 국제통화기구(IMF)형 경제위기를 극복하게 한 일등공신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이끌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TFT LCD, 무선통신기기 분야에서 선진국의 위상을 세웠지만 ‘벤처의 실종’으로 말미암아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표는 내로라하던 국내 IT기업들마저 외국의 대형 IT기업의 단순 디스트리뷰터(distributer)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대규모 적자와 자금부족으로 시달리는 IT기업들은 절망의 골에 빠졌고, 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마저 연구개발투자를 꺼린 채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산·학 연구개발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려는 일본과 세계적으로 연구개발투자가 집중되는 중국에 아시아의 IT 맹주 자리를 내줄까 우려된다.
벤처가 사라진 채 일부 대기업이 이끌어가는 IT산업은 왜곡되고 단명할 것이다. 21세기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IT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입증된 국민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소망이 지켜져야 한다.
새 정부가 IT산업에서 벤처가 부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독려하며 해당기업들이 심기일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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