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위성DAB기술표준 공청회에서 매체간, 사업자간에 첨예한 의견차가 노출돼 이의 상용화과정까지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성을 포함한 DAB 추진방향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안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위성DAB는 IMT2000이나 위성방송처럼 IT기업에 과잉투자라는 홍역을 치룰 위험성마저 상존하고 있다.
◇일본방식이 사실상 확정=위성DAB표준화추진위원회는 위원으로 참여한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결 결과, 유력한 위성DAB대상자로 꼽히는 SK텔레콤 등 12개 기관이 일본방식인 ‘시스템E’에 대한 찬성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KBS와 MBC 등 2개 기관이 ‘평가불가’ 의견을 냈으며, 지상파와 DAB와의 호환성을 가질 수 있는 유럽방식 ‘시스템A’는 KT와 스카이라이프가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일본방식이 단일 국가표준으로 채택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며 이 경우 위성DAB는 지상파DAB와 경쟁매체로 자리잡게 된다. 정통부는 추가로 재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체간 의견차만 확인돼=이날 공청회에서 KT와 KBS, MBC 등은 위성DAB용 주파수와 궤도를 등록신청한 SK텔레콤을 의식한 듯, 시스템E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표준화 논의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KBS와 MBC는 위성DAB에 대한 경쟁매체의 대표주자로, KT측은 경쟁사업자로 요약된다. MBC측은 평가불가를 제시했던 자사의 의견제출이 시스템A로 왜곡전파됐다고 주장하며 평가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재평가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KBS는 특히 국가표준결정의 핵심요소인 시스템E에 대한 특허료 산정 및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혀, 위성DAB기술표준논의가 불완전했음을 시사했다.
KT측 역시 “60% 항목에 대해 평가불가 의견을 냈다”고 주장하는 한편 “기술표준논의가 SK텔레콤에 촛점을 맞춰져 이뤄지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위성DAB의 예측가능성=위성DAB 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의 상용화를 둘러싼 예측가능성이다. 정통부는 정부가 사업자의 발목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기술표준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정작 위성DAB 상용화 여부를 결정하는 측에서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DAB 허가행정기관인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디지털방송정책 공청회를 통해 위성DAB사업자 선정은 위성체 발사 시점을 고려하여 적절한 시기에 추진한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더욱이 위성DAB는 현재 위성궤도도 확보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 차원의 지상파DAB와의 매체경쟁관계 설정은 물론이고 상용화 일정을 의미하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도 없는 상태다.
MBC 등 지상파방송은 위성DAB 상용화의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지상중계기 갭필러(gap filler)에 대해 “갭필러는 사실상의 지상파DAB를 의미하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마저 제시한 실정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위성DAB 전체투자비의 절반수준인 4000억원을 이에 배정할 정도로 캡필러는 위성DAB 상용서비스의 핵심요소다.
◇IT업체만 리스크부담을 떠앉을 우려도=이날 공청회는 수요에 허덕이고 있는 IT관련업체들의 관심사를 보여줬다. 위성DAB기술표준 공청회임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방청객이 이날 공청회를 지켜봤다. 문제는 범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위성DAB 기술개발에 열중한 IT업체들만 골탕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벤처업체 관계자는 “매력은 자금력이 있는 SK텔레콤이 투자한다는 점이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상용화 일정이 제시됐던 IMT2000에서도 골탕을 먹었고 무궁화위성에서도 과잉투자로 몰렸다”고 위성DAB를 바라보는 심경의 일단을 피력했다.
패널로 참석했던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위성DAB 논의가 일방적인 의견제시가 아닌 범정부 및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로 확대돼야 하며, 이에서 위성DAB의 매체지위 및 상용화 일정이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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