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 조각을 이달 중순까지 마무리할 방침을 세움에 따라 정통·산자·과기·문화 등 주요 IT관련 부처에 어떤 인물이 장·차관으로 낙점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노 당선자는 새 정부 장관 인선의 가이드라인과 관련, 전반적으로 개혁성을 중시하면서도 정통·산자·과기 등 IT부처 장관에 대해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등 전문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분과별 인사추천위 심사를 벌이고 있는 인수위도 산업적 특성이 강한 경제부처는 ‘국민이 안도할 수 있는 명망가’ 위주의 전문가 추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IT관련 부처의 장관으로 당초 거론되던 정치인 출신 대신 산업정책에 정통한 전·현직 관료나 기업인 출신의 인물이 등용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실제로 경제부총리의 경우도 당선자의 인사원칙에 맞게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배제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실무 중심의 인사철학을 강조하고 있는 노무현 당선자의 철학과 급변하는 경제 및 산업환경을 감안할 때 국가 산업정책에 정통한 전·현직 관료의 입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따라서 10명 안팎으로 추려질 장관 후보로 최홍건 산업기술대 총장, 이희범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오영교 KOTRA 사장, 한덕수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임내규 현 산자부 차관 등 전·현직 산자부 차관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홍건 산기대 총장은 70년 행정사무관 특채때 총리실 산하 기조실로 공직에 입문, 최근 당선자 특보로 합류해 신정부 출범에도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차관 출신으로 산자부 업무에도 밝다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자주 거론된다. 이희범 한국생산성본부 회장도 지난 73년 상공부 시절부터 국가 산업정책에 투신한 정통 실무 중심의 인물로 서울대 행정대학원, 제12회 행정고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 등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은 실력파다.
오영교 KOTRA 사장은 ‘통상’의 달인으로 국세청 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해 산자부 재직시 무역·통상쪽에서 잔뼈가 굵었다. 특히 KOTRA 사장으로 부임해 재직중 만년 경영평가 꼴찌인 KOTRA를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오 사장도 정치색 없는 무색무취의 인물로 꼽힌다. 한덕수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국제감각이 뛰어난 국제통으로 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자정보공업국장,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 상공자원부 기획관리실장,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오강현 강원랜드 사장,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현 김&장법무법인 고문), 황두현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 등의 기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산자부 내부에서는 바람직한 신임 장관 후보로 장재식 전 장관을 비롯해 이희범 전 차관, 임내규 현 차관, 정해주 전 장관, 최홍건 전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통부도 신재철 한국IBM 사장, 홍성원 전 시스코코리아 회장 등 기업인들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장관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장관추천위원인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과 안문석 고려대 교수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권 초기 당선자의 IT철학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 출신의 등용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특히 정치인 출신은 비교적 낮은 정통부 위상과 조직강화에도 도움이 돼 정통부 직원들도 내심 이를 바라고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민주당 정동영, 허운나 의원 등이 정통부 장관 물망에 올랐다. 정 의원은 경력관리 차원에서 노 당선자가 배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허 의원은 전국구 의원이라는 점이 각각 이유로 꼽힌다.
과기부 장관 역시 개혁적인 인물보다는 안정적인 인물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과학기술분야 인사추천위원으로 참여한 천성순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과 김훈철 과학기술자문봉사단장이 NGO가 아니라 연구개발 현장에 몸담았다는 점에서 과기부 출신 관료나 연구계에서 장관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천성순 위원장도 “과기분야의 경우 인력풀도 좁고 안정적인 국가연구개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특성 때문에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은 낮다”며 기존에 거론되고 있던 인물들을 추천할 뜻임을 시사해 왔다.
따라서 과기분야 인사추천위가 추천할 10배수 안에 포함될 후보로는 관료 출신의 경우 이승구 현 차관, 유희열 전 차관, 최영환 현 과학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되며 연구계에서는 박원훈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정명세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홍창선 과학기술원장, 박호군 과학기술연구원장,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장 등이 꼽히고 있다.
새정부의 문화정책을 맡을 문화관광부 장관에는 아직 뚜렷하게 부각되는 인물은 없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을 지낸 이강숙 교수, 원혜영 부천시장 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강숙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오래 맡아온 경험이 있어 문화관광부를 맡기에 적임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부천시장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원혜영 시장의 경우 뛰어난 행정능력과 문화예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는데다 노 당선자와 친분도 두터워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인물이다.
이밖에 김성재 현 장관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설 당시 문화정책을 짜는데 깊숙이 관여한 바 있는데다 진보적이라는 면에서 노 당선자와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유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편 분과별 인사추천위는 개혁성, 도덕성, 전문성, 조직관리 및 직무수행능력 등의 평가기준으로 대상자를 10∼15배수로 압축해 금주초 3단계 전체 인사추천위원회로 후보 리스트를 넘길 예정이다. 전체 인사추천위원회는 임채정 인수위원장, 김진표 부위원장, 분과별 간사,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 등 10명으로 구성되며 고건 국무총리 후보자도 심사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후보자 가운데 검증위원회의 정밀한 검증절차와 인사추천위 최종 심사를 통과한 일부는 노무현 당선자, 고건 총리 후보간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국무위원으로 낙점되는 영예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박스>노무현 당선자 장관 인선관련 주요 발언요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핵심과제를 잘 아는 사람을 추천해 달라.”(7일 경제2분과 인사추천위원과의 회의)
―“경제부총리는 국민이 신뢰하고 안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7일 경제1분과 인사추천위원과의 회의)
―“정부안에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을 모으면 정책입안 과정부터 손발이 안맞고 비효율적으로 된다.”(1월 27일 대구지역 국정토론회)
―“장관의 조건은 충성심과 가치관이다.”(1월 24일 인수위 회의)
―“적극 고려하겠다.”(1월 6일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과의 회동에서 일부 부처는 현역의원이 맡아야 개혁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건의에 대해)
―“현역의원이 입각하면 단명장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내 의원들의 입각을 최소화할 것이다.”(2002년 12월 26일 민주당 선대위 당직자 연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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