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진단과 전망]NTT 접속료 인상

 전 세계적으로 통신서비스사업은 시내전화를 중심으로 장거리와 국제전화, 이동(휴대폰) 및 데이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사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통신서비스사업의 특성상 사업자들간 통화(콜)를 연결해주는 수수료(접속료)를 결정하는 것은 항상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회선을 빌려주는 쪽과 이를 사용하는 업체들간 이해관계는 대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국가 통신사업자들간 회선 접속료를 조정하는 협상테이블 주위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흐른다.

 최근에는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실어 나르는 VoIP 관련 기술보급이 확산되고 이를 이용해 파격적인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화 사업자들까지 가세하면서 회선 접속료를 둘러싼 분쟁은 앞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가 200만명을 돌파한 일본을 들 수 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2월 10일자)는 최근 일본에서 NTT가 전화 접속료 인상을 추진하는데 위기를 느낀 인터넷전화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NTT의 지역전화 회사 회선을 이용하는 다른 통신사업자가 지불하는 접속료를 8∼13%까지 올려주기로 결정했다. 접속료가 인상된 것은 지난 94년 이후 처음이다. 총무성은 최근 이동통신과 ADSL 등의 인기로 기존 유선전화 통화량이 격감하면서 생긴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접속료를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총무성 산하 정보통신심의회 조사결과 휴대폰·ADSL 등의 사용증가로 2001년 이후 유선전화 통화량이 9∼1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NTT의 지역전화 회사인 NTT 동·서 일본의 2004년 통화량은 2001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특단의 조처가 없으면 일본을 대표하는 통신사업자인 NTT마저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회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총무성은 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올해와 내년 통화량 실적이 나오는 대로 전화 접속료 추가 인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중계교환기 접속요금의 경우 올해 4.78엔에서 내년 최대 7엔 전후까지 약 50% 상승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제 공은 인터넷전화 업계로 넘어온 것이 분명하다. NTT가 회선 접속료를 인상하면 인터넷전화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위기를 느끼는 인터넷전화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당장 퓨젼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접속료가 오르면 NTT 동·서 일본의 시내 교환망에 접속할 때 통화료(20엔)의 반이 넘는 10.8엔을 지불해야 해 통화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도 ‘BB폰’ 서비스가 전국 어디에서나 3분당 6엔의 저렴한 요금을 받아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도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회선 접속료 인상은 인터넷전화 서비스 사업을 고사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접속료 인상이 최근 일본에서 막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후퇴시키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050’으로 시작하는 11자리 번호를 부여해 인터넷전화를 정식 통신 서비스의 하나로 인정해 VoIP 확산의 의지를 보인 일본 총무성이 ‘접속료 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나 인터넷전화 관련 업계에서조차 집중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통신사업자들간 이해를 절충해야 하는 통신정책의 어려움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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