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불법방영` 처지 직면

 디지털방송 관련 정책수립 및 법제화가 계속 늦어짐에 따라 상반기중 상용서비스 예정인 디지털 케이블TV와 데이터방송 등 신규 방송서비스가 법적근거 없이 방송될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이동TV 등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의 신기원을 열어줄 것으로 예상되는 DAB의 허가일정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우려는 디지털방송 법제화를 추진해야하는 방송위원회가 선결과제인 정책의결조차 못하고 계속 탁상공론만 거듭하고 있기 때문으로 향후 법제화일정을 감안한다면 방송위원회, 관련부처, 국회가 한자리에서 논의를 하고 매듭을 짓는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방송위의 늦장=방송위는 지난 4일 전체회의에 디지털방송 정책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일부위원들이 “논의가 충분치 못하고 방송위원들의 이해가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워크숍을 거친 이후로 의결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1기위원들의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상태에서 워크숍이 가질 의미조차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지난 6개월간 전문가들의 논의와 대대적인 공청회, 언론보도, 방송위원들에 대한 수차례의 중간보고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며 의결을 미뤘다는 점은 향후 처리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있다.

 실례로 강대인 방송위원장 조차 전체회의 도중 지상파DAB 정책 수립 초기단계에서부터 방송위가 정통부와 협의를 거쳐 논의했던 기존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방송 전환과 신규 사업자 도입 병행 정책에 대해 혼선을 빚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몇몇 위원들도 그동안 꾸준히 문제제기됐던 사안이나 사업자들의 불만을 샀던 사안을 되풀이하며, 의견의 진전을 보지못해 준비가 소홀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문제는 디지털방송 정책 관련 최종보고서 의결이 차기 방송위원회로까지 넘어갈 경우 디지털방송 정책 수립 및 법제화는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방송위는 당초 1월중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디지털방송 정책 최종보고서=디지털방송정책 수립 및 법제화작업은 제3기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가 6개월에 걸쳐 준비해왔다. 제3기위원회는 방송위와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학계·시청자단체·방송기술인단체·방송사업자·방송기술업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초안을 마련, 이해당사자 의견청취, 전문가 자문,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보고서를 마련했다.

 최종보고서에는 지상파DAB, 위성DAB, 디지털 케이블TV를 위한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데이터방송 등 뉴미디어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방향과 법적지위부여,법제화 계획을 포괄하고 있다.

 ◇입법화과정도 상당시간 소요=최종보고서가 방송위의 의결을 거쳤다해도 입법화과정이 더욱 문제다.

 디지털방송 관련 법안은 이전에 없던 종합적인 뉴미디어 관련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원발의보다는 정부입법 형태로 제안될 가능성이 높아 발의후 공포·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위가 의결한 방송법 개정안은 향후 입법예고, 관련부처 및 이해관계집단의 의견수렴,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하는데다 국회심의 및 통과도 남겨두고 있다.

 ◇사업자들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방송사업자들은 이미 세부 디지털방송 추진 일정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지상파DAB는 지상파TV 3사를 비롯, CBS·YTN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신규사업자까지 주파수 확보를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성DAB는 SK텔레콤과 KT가 이미 주파수 등록을 신청했다.

 DMC 분야는 씨앤엠커뮤니케이션·큐릭스·한빛아이앤비 등 거대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과 디지털 케이블TV 사업자인 BSI와 KDMC 등이 DMC를 구축, 오는 6월 전후로 본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방송 분야도 한국데이터방송협회 산하의 데이터방송 서비스 및 솔루션 업체들이 이미 지난 수년간 상용 서비스를 준비해온 상태며,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상용화를 선언했다.

 방송위 사무처 관계자들조차 “현재처럼 디지털 법제화가 마냥 늦어진다면 자칫 사업자들이 법적지위없이 방송에 나서는 초법적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놓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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