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6)TSI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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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년 전 신라인의 숨결을 피부로 느낀다.’

 지난 2000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문화엑스포(EXPO)’ 박람회장에는 경주의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가상공간으로 구현한 사이버영상관이 선보였다. 석굴암, 안압지 등 세계적인 우리 문화재를 최첨단 가상현실기술로 재현한 이 사이버 경주문화유적지는 마치 살아 숨쉬는 실재 공간에서 유적들을 직접 보고 만지는 듯한 느낌을 생생히 전달했다.

 관객들은 영상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특수 입체 안경 너머로 비춰지는 석굴암의 영상을 마치 실물을 보는 것처럼 감상할 수 있고 햅틱(haptic)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만든 특수 장갑으로 실제와 가까운 촉감을 느낀다. 석굴암 내부의 불상을 손으로 어루만지기 위해 관객이 손을 뻗는 순간, 착용한 장갑에 장착된 센서가 작동해 돌의 표면을 스칠 때와 유사한 촉감을 구현하는 것이다.

 후각 기능 역시 원시적 수준이지만 가능하다. 가상 서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객석 밑에 설치된 향 내음 발산기가 작동돼 냄새가 흘러나오면서 코를 자극하면 관객은 마치 향불 앞에 서 있는 듯한 실제감을 갖게 된다. 물론 한번 발산된 냄새는 금방 사라지지 않아 하나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의 후각 지원 영상을 구현하기는 아직까지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현실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여 경험을 발생시키는 인간의 감각을 가상세계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들을 통틀어 TI(Tangible Interface)라 부른다. 수만㎞ 이상 떨어진 장소에서 사람의 음성을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전달하는 전화기도 TI 기술의 일종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TI는 특정 매개체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구현되는 가상현실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가능한 실제에 보다 가깝게 접근시키는 연구다.

 기존의 가상현실 개념에 인간과 가상현실 그리고 실제세계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개념의 공간(Tangible Space)이 탄생한다. 이 공간을 정의하는 ‘Tangible Space Initiative(TSI)’ 프로젝트가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사람의 오감을 지원하는 다양한 첨단기술을 개발중인 KIST시스템연구부 박세형 박사<사진>가 주도하는 TSI팀은 5000년전 신라인의 숨결을 경주엑스포장으로 옮긴 주인공이기도 하다.

 TSI 프로젝트는 인간과 기계가 가장 편리하고,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연구의 일환이다. 반도체나 정보통신, 인공지능, 휴먼정보처리, 오감인식 등 혁신적인 신기술을 접목해 보다 지능화되고 직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TI기술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융합되는 유비쿼터스에서는 물리공간의 사물들이 전자공간으로 송신되고 전자공간의 정보들이 물질 세계에 투영되면서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현실을 증강시키는 안경을 쓰고 건물을 수리하는 사람은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건물 모습은 물론이고 전기배선도·상하수도·통신선 등에 관한 정보도 동시에 볼 수 있다. 공간 형상화와 공간형태 변화의 인식(Context Awareness)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전지전능한 컴퓨팅(omni-computing)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처럼 TSI는 물리세계에 보다 가까운 가상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박세형 팀장 스스로도 “가상공간과 물리공간을 완벽하게 융합한 새로운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공간 구현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조만간 이 ‘꿈의 공간’이 실현될 것으로 장담했다.

 사무실과 학교, 병원, 심지어 가정에까지 입체적인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케이브(Cave)가 설치되고 그 케이브가 필요에 따라 협상테이블이나 회의실, 강의실, 수술실 혹은 신개념 홈쇼핑몰로 변신하는 그 날이 바로, ‘신(神)은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믿음이 눈 앞에서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특파원(일본) hcsung@etnews.co.kr

 

 ◇ TSI프로젝트

 TSI 프로젝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장기과제로 수행중인 지능형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다. 인간과 기계 간 상호작용을 지능화하는 HCI 연구는 총 10년간 3단계에 걸쳐 추진되며 CAD/CAM, 지능제어, 휴먼로봇, 영상미디어 등 전문 분야의 4개 센터가 공동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TSI 프로젝트는 가상공간에 실감성(Tangibility)과 사실성(Reality)을 부여함으로써 인간과 가상현실, 그리고 현실 세계가 자연스럽고 긴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공간(Tangible Space)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자연스럽게 융합된 새로운 공간(Tangible Space)을 만들어 가상세계의 존재들로 하여금 현실 세계에 버금가는 지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따라서 KIST TSI프로젝트 팀에는 △인간과 가상공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돕는 실감 및 인식기능의 TI(Tangible Interface) 기술 △현실세계의 실감 정보를 얻어 인간의 행위를 실현화하는 가상 존재 구현 기술인 TA(Tangible Agent) 기술 △지능적 실감 가상공간을 만들어 현실세계의 현상을 표현할 수 있는 RCS(Responsive Cyber Space) 기술 등의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로봇공학, 영상미디어, 지능제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인터페이스

 유비쿼터스 시대의 인터페이스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인터페이스의 주체가 사람을 넘어 사물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물 모두가 살아있는 인터페이스의 주체가 된다. 사람과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사람과 사물간의 인터페이스(HTI:Human Thing Interface)도 중요해진다. 사물들도 직접 컴퓨터에 접근해(TCI:Thing Computer Interface) 필요한 정보를 요청한다.

 특히 유비쿼터스 시대는 2차원을 넘어 3차원의 인터페이스를 요구한다.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주인공이 허공에 손을 휘저어 가상 화면을 넘기는 것도 ‘Hand Gesture tracking’이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일종이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기능의 입력 장치는 공간을 떠도는 음성뿐 아니라 허공을 가르는 몸짓까지도 포착해야 한다. 커다란 몸짓만이 아니라 미세한 눈동자의 움직임도 포착한다. 이들은 2차원 평면이 아닌 3차원 공간과 4차원의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신호들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출력 장치들 또한 2차원 화면과 프린터 수준을 넘어 3차원 홀로그램이나 소형 공작기계까지 포함한다. 3차원 형상을 실제 제조할 수 있는 소형 공작기계는 책상 위에 초소형 공장을 세우는 것과 같은 의미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환경은 입력과 출력을 단일 기기로 한정하지 않는다.

 사용자 음성과 몸짓은 수십, 수백개의 기기에 동시 입력되고 그 결과 역시 수십, 수백개의 기기를 통해 출력된다. 음악 지휘자의 몸짓이 수십개의 악기에 독립적으로 입력되고 출력되듯이 유비쿼터스 인터페이스(UI:Ubiquitous Interface)도 다(多)입력, 다(多)출력의 형태로 구현된다. 지금의 컴퓨터 사용자가 한 악기의 연주자라면 유비쿼터스 시대의 사용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셈이다.

 유비쿼터스 세상을 구현하려면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모든 기기와 사물들을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연결해야 한다. 지금의 인터넷(Inter-net)이 네트워크와 네트워크의 연결라면, 유비쿼터스 시대의 매개체는 물리공간과 가상공간을 연결하는 인터-스페이스(Inter-spa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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