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이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2003년도 중소기업 IT화 사업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쿼터제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2003년도 관련사업의 중심축이 될 전사적자원관리(ERP)업계가 쿼터제에 대한 양보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 이같은 혼란은 사업을 주관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최근 기존의 3만개 중기 IT화 사업에서 나타난 업체별 수주실적을 토대로 하는 쿼터(할당)제를 검토하면서 불거졌다.
즉 2003년도 사업의 예산인 300억원으로 약 1500개 중소기업에 대한 ERP시스템 구축비용을 지원하되 기존 사업의 실적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IT화 지원사업을 자율경쟁방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소프트웨어 기술과 시스템 구축능력이 부족한 업체들이 난립해 중소기업의 정보화 프로젝트가 부실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ERP업체들이 중소기업들과 ‘2003년도 정부지원에 대비한 계약’을 마무리하고 사업개시와 함께 수요를 선점할 준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진공이 혼란방지차원에서 쿼터제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쿼터제를 실시하면 KAT시스템, 소프트파워, 한국하이네트, 더존디지털웨어, 삼성SDS 등 3만개 중기 IT화 사업을 통해 100개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ERP공급사들이 신규 수요를 독식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기존 사업을 통해 250개 ERP업체가 2811개 중소기업에 제품을 공급한 가운데 KAT시스템 등이 무려 1175개를 수주했기 때문에 쿼터제를 실시하면 2003년도 사업에서도 과점현상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기존 지원사업이 지난해 6월에 조기 종료되면서 극심한 매출침체기를 겪어온 ERP업체들로서는 2003년도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쿼터제에 대한 반발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박상식 중앙정보처리주식회사 대표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은 ERP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며 “자율경쟁에 맡기되 주관단체인 중진공이 다만 질적 관리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종진 중진공 IT화지원팀장은 “아직 ERP에 대한 쿼터제 도입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며 “관련업계의 이해를 최대한 반영해 지원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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