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업체들의 수출전략이 OEM 중심에서 자가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국내 PC시장의 3년간 시장침체 △통합 HP출범으로 야기된 OEM수출 채산성 극도 악화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자리매김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PC업체들이 올해 들어 자가 브랜드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메이저 PC업체들의 급격한 OEM수출가 인하압력은 국내 PC업체들을 자가 브랜드 수출 확대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항목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지난해에 비해 80% 늘어난 70여만대의 노트북PC 수출을 수립한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이 가운데 50% 이상을 자가 브랜드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PC 자가 브랜드 수출비중은 35% 이하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홍콩 7위, 영국 9위, 나머지 국가는 10위권 밖이었으나 올해는 중국·독일·프랑스·스페인 포함 6개국 전 지역 톱5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02년 말 판매거점별 영업·마케팅인력을 대폭 확대한 데 이어 올해 마케팅 투자금액도 작년대비 두 배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했던 예전 수출방식과 달리 고가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고가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최근 HP나 이머신스에 해마다 200만대 이상을 수출해온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도 올해 삼보 브랜드의 중국 내수판매를 본격화하는 등 수출 전략의 초점을 자가 브랜드 강화에 맞추고 있다.
삼보는 올해 전체 해외 수출 중 자체 브랜드 수출 비중을 10%로, 오는 2005년까지는 1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동남아·중국 등지에서는 삼보가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고급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또 노트북PC 부문에서는 올해 미주 지역과 중국 지역에 최대 25만대의 노트북PC를 자가 브랜드로 판매하는 내용의 브랜드 위주 수출전략을 수립했다. 삼보컴퓨터 박일환 부사장은 “올해는 삼보컴퓨터가 자가 브랜드 수출을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헤이룽장성 지역에 머물렀던 수출 지역을 중국 해안 지역으로 확대하는 등 판매량을 늘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EM수출만을 해왔던 LG전자(대표 구자홍)도 최근 신중히 자가 브랜드 수출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최근 자체 브랜드 PDA사업을 담당할 PDA사업추진실을 PC사업부 내에 신설했으며 노트북PC 자가 브랜드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최근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하는 등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LG전자는 당초 세계 노트북PC OEM 5위 업체로 진입한 후 메이저 PC업체가 관심을 두지 않는 지역부터 자가 브랜드 사업을 진행하는 중장기 사업계획을 마련했으나 △OEM업체들의 가격 압박 △노트북PC 생산 5위권 진입 가시화 △중국 등 해외 판매 거점에서 PC나 PDA와 같은 디지털제품 공급 요구증가 등에 따라 자가 브랜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OEM수출만을 진행해오던 대만 노트북PC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콴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2% 미만”이라며 “자가 브랜드 수출의 경우 초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요구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 PC사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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