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CDMA 맹주 퀄컴의 `소리없는 질주`

 퀄컴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어윈 제이콥스가 요즘 약간 잘난 체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퀄컴이 이동통신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 정보고속도로에 ‘통행료 징수소’를 확보할 공산이 큰 것이다.

 이 회사의 핵심기술인 CDMA는 목소리를 작은 디지털 패키지로 쪼개 패키지마다 고유 ID를 붙여 전파를 통해 전송, 수신자는 고유 ID를 보고 정확한 패키지를 찾아내 재조합함으로써 목소리를 재생시킨다. 이는 주어진 대역에 들어가는 대화의 양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CDMA와 그 후속 기술은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에 관한 장기간의 논란이 끝난 뒤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수년 동안 진행된 퀄컴 경영진의 CDMA 개발과 홍보는 돌이켜 보면 현명한 투자였던 것 같다.

 현재 세계시장 대부분은 유럽 이동통신 표준인 GSM을 쓰고 있다. GSM도 디지털기술이지만 대역폭에 우겨 넣는 데이터 양이 CDMA보다 적은 ‘시분할다중접속(TDMA)’ 방식이다. 미국은 CDMA와 GSM을 포함한 여러가지 기술표준을 혼합 사용하고 있다.

 제이콥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동통신 기술표준 논쟁은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오랫동안 다양한 표준이 사용되겠지만 CDMA와 그 파생기술이 미래 이동통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는 많은 기업에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퀄컴에 상당히 많은 로열티 수입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는 뜻이다.

 시장도 그의 전망에 수긍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퀄컴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최근 마감한 회계분기에 투자손실을 제외하고도 2억410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순익을 보고했다.

 현재 유럽과 중국에서는 퀄컴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CDMA의 모든 장점을 가진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퀄컴은 어떤 회사건 새로운 CDMA 유사방식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특허침해 소송을 절대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또 모든 기업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에 서명하지 않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러 소송에서 줄줄이 승소했다.

 제이콥스와 다른 관계자들은 떠오르는 이동통신 표준이 반드시 퀄컴의 영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많은 기업들이 나름대로 미래의 이동통신 표준개발에 기여해 왔으며 이는 시간이 흐르면 로열티가 여러 기업으로 분산되거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휴대폰 사용자들의 고민은 전세계 어디에서건 같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이콥스는 “인류는 결코 세계적으로 통일된 표준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퀄컴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네트워크와 휴대폰의 모든 모델에서도 작동하는 보편적인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표준을 지원하는 칩도 출시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업체건 그 정도로 보편적인 휴대폰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처지다.

 올해는 음성뿐만이 아니라 데이터 접속도 상당히 빠른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존과 스프린트의 CDMA 기반 기기들이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AT&T의 최신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GSM 기반 시스템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이콥스는 팜과 호환 가능한 PDA폰인 핸드스프링의 ‘트레오(Treo)’와 별도의 휴대폰을 모두 갖고 다닌다. 그는 IBM 노트북PC에 꽂아 쓰는 무선 데이터 카드도 휴대하고 다닌다. 그는 이 카드가 미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무선접속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좋은 제품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그러한 무선접속은 현재로서는 최소한 미국에서만큼은 비싼 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많은 사용자들이 매일 무선 데이터 통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예상치 못한 놀라운 기술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 한 이들이 사용하는 돈은 퀄컴의 순익으로 잡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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