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기술자 2명이 좌석의 뒷면마다 컴퓨터 스크린을 부착한 흰색 밴 내부에서 자사의 새로운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이 밴이 주차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동안 한 기술자가 키보드를 치자 의자 뒤의 스크린에 나타난 웹사이트가 바뀌었다. 접속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주범인 사진과 그래픽이 가득 찬 웹페이지들도 케이블이나 전화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데스크톱에 필적할 만한 빠른 속도로 스크린에 나타났다.
한 기술자가 인터넷을 통해 CNBC 사이트를 방문해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 성능 현장시험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전화로 접속하다 보면 영상이 불안정하고 소리도 좋지 않기 마련이지만 이 밴 내부에서 포착된 금융뉴스채널의 화면은 선명했으며 소리도 크고 또렷했다. 이른바 ‘EVDO(EVolution Data Only)’라고 알려진 이 기술은 정규모뎀보다 10배 빠른 무선 데이터 접속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기술 옹호자들은 EVDO 기술이 호텔 로비나 커피숍에서 제공되는 또 다른 무선 데이터 기술인 와이파이(Wi-Fi)보다 훨씬 더 장점이 많다고 강변한다.
이들은 이 기술이 주택가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시내전화 및 케이블 회사가 이룬 성공을 우회할 수 있는 꿈의 기술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고 있다.
미국 무선업계는 최근들어 즉각적으로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막대한 투자 자체를 꺼리고 있다.
무선 회사들이 EVDO 기술을 제공하려면 주파수를 추가하고 네트워크가 처리하는 모든 무선통신 중계탑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무선 통신업계는 EVDO와 다른 유망한 무선기술에 대한 투자 실패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유럽의 경우 3세대(3G) 기술이 휴대폰을 미니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실은 달랐다.
EVDO 수요에 대한 우려와 비용에도 불구하고 EVDO는 미국 소도시와 외국에서 이미 발을 디뎠다. 이 기술은 특히 한국의 경우 널리 확산된 상태다. 워싱턴주 커크랜드에 소재한 모네모바일네트웍스는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폭스와 아이오와주 시욱스시티 등 미국 중서부 7개 시장에서 지난해 10월 EVDO 네트워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EVDO는 와이파이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점 외에 기존 휴대폰 망에서 휴대폰 신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와이파이 사용자들은 기지국이나 이른바 ‘핫스폿(hot spot)’으로부터 300피트 정도 안에 들어가 있어야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 관계자들은 워싱턴지역에서 루슨트의 이 기술을 사용해 시장조사를 하면서 EVDO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노텔네트웍스도 샌디에이고에서 이 기술을 자사 장비로 시험하고 있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네트워크 기획담당 이사인 빌 스톤은 “EVDO가 무선업계에 돌파구가 될지 모른다”며 “무선통신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이 기술의 잠재력은 지난 80년대 휴대폰의 등장과 휴대폰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90년대의 휴대폰 인기 폭발이나 같다”고 빗댔다. 그는 또 “이는 무선업계의 ‘엔진’에 완전히 새로 재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VDO의 도약은 버라이존에 새로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출시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미 이 네트워크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한 루슨트나 노텔 같이 경영난에 처한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들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줄지 모른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이 기술을 사용해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신제품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VDO의 미국 출시는 이 기술의 기초가 되는 특허를 다수 보유한 퀄컴에도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EVDO에 대한 관심 증가는 버라이존과 스프린트 등 대규모 무선회사들이 이용하는 퀄컴 CDMA 기술의 힘을 더하고 있다.
보스턴 소재 시장조사회사인 어낼러시스그룹/이코노믹스의 부사장인 콜먼 베이즐론은 다른 기업들도 CDMA가 경쟁 표준보다 대역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EVDO 같은 초고속 데이터 기술에 발전기회를 주기 때문에 CDMA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VDO의 최대 장애물 중 하나는 무선 사들에 단순히 데이터 전송만을 위해 귀중한 전파의 일부를 접어둘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EVDO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음성 트래픽을 처리할 전파공간의 여유를 현재로서는 거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대역을 추가 확보할 때까지 뒤로 연기될 공산이 크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cdma2000 1xEVDO는
cdma2000 1x EVDO는 미국의 통신업체 퀄컴이 지난 99년 하반기에 시험통화를 통해 선보인 3세대 초고속 무선 데이터 통신 기술이다.
이 방식은 고속의 패킷전송에 적합하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함으로써 문자·영상·음악 등의 데이터를 1.25㎒의 협대역에서 최고 2.45Mbps 속도로 전송, 기존 144Kbps 수준인 cdma2000 1x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데이터 수신에 특화된 것으로 유선상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ADSL 서비스와 흡사해 ‘모바일 ADSL’로 불리기도 한다.
cdma2000 1x EVDO 기술을 이용하면 3세대 특유의 메가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영상전화나 단말기를 통한 실시간 동영상 구현과 같은 초고속 무선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기술은 동기식 기술이어서 IS95 A·B, cdma2000 1x와 데이터 분야에서 호환이 가능해 기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에 적합하며 cdma2000 1x 시스템의 네트워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초기 설비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cdma 1x EVDO는 개발 초기 HDR(High Data Rate)로 불렸으나 지난해 10월 동기식국제표준화기구(3GPP2)에서 ‘cdma2000 1x EVDO(EVolution Data Only)’를 공식 명칭으로 채택, 사용하고 있다.
◇와이파이(Wi-Fi)는
와이파이(Wi-Fi)는 Wireless Fidelity의 약자로 무선 홈네트워킹을 지원하는 기술표준 중 하나다. 와이파이는 2.4㎓ 대역에서 11Mbps의 무선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는 무선 랜 규격인 802.11b에 적합하도록 구성됐다. 고속 무선 랜에 대한 IEEE의 전세계 표준인 802.11b는 기업 네트워크 환경에서 추가로 무선을 확장할 때 선호하는 기술이며 고성능 홈네트워킹 솔루션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는 상황이다.
와이파이는 802.11b 규격을 채택한 제품간의 상호 운용성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99년 결성된 업계 단체인 ‘WECA(Wireless Ethernet Compatibility Alliance)’가 선정한 와이파이 인증에서 유래됐다.
WECA는 홈네트워킹 관련 제품에 와이파이 인증을 부여하며 이는 806.11b의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제조사에 상관없이 상호호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증한다.
현재 와이파이는 경쟁 기술표준인 ‘홈RF(Home Radio Frequency)’와 차세대 홈네트워킹 시장의 표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홈RF의 홍보 및 확산을 위한 작업은 ‘홈RF워킹그룹’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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