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CEO 콘퍼런스콜 상자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6일 오전 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이 직접 주재한 콘퍼런스콜을 마치고 난 뒤 한 애널리스트가 내뱉은 말이다.
콘퍼런스콜로 무르익던 기대감이 일거에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이날 SK텔레콤은 전날보다 6.06% 내린 17만500원에 마감, 지난 2001년 4월 이후 1년 9개월만에 최저치(종가기준)를 경신했다. 장중 한때 16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달 23일 기록했던 52주 신저가 기록도 경신했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올해 투자지출(CAPEX) 규모 확대 발표로 촉발된 ‘SK텔레콤 주가 급락 사태’는 진정되기는커녕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 양상으로 빠져들게 됐다.
◇안하느니만 못한 콘퍼런스콜=지난 3일 SK텔레콤은 CEO 콘퍼런스콜 계획을 밝히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한껏 고조되기 시작했다. 물론 주가도 반등했다. 지난달에 이미 CAPEX 재조정 방침에 관한 공시가 나온 데다 표 사장이 재조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콘퍼런스콜에 참석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콘퍼런스콜에 알맹이가 하나도 없었다며 혹평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규모 재조정의 원칙만 재확인, 지난달 공시 내용에서 진전된 것이 별로 없다”며 “특히 전체 투자규모는 고정시킨 채 5200억원의 WCDMA 투자규모만 약간 조정할수 있다는 인식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와의 커뮤니케이션에 근본적인 한계 노정=표 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지난달 주가 폭락이 미숙한 IR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의 CEO로서 표 사장이 증시와 투자자들의 기대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 해답을 들고 나오는 게 가장 긴요한 처방이었음을 알았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결국 SK텔레콤은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탓하기 전에 증시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큰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 통신 애널리스트는 “표 사장이 여전히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뭔지,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간파하지 못한 것 같다”며 “명분을 내세운 원칙론만으로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확실한 액션 취하기전엔 주가 전망도 불투명=이번 콘퍼런스콜을 통해 바닥을 확인한 뒤 자사주 매입 등 구체적인 조치에 따라 조심스런 상승세를 노릴 것이라던 희망론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6일 주가가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오는 3월 3일로 예정된 기업설명회(IR)에 다시한번 기대를 걸어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SK텔레콤의 주가흐름은 명확한 모멘텀없이 횡보 또는 심리적 약세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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