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부품산업 공동화

 부품산업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고가 부품시장은 초대형 글로벌 전문기업에, 중저가 부품은 중국과 동남아 기업에 밀려 설자리를 잃은 기업들이 생산기지 해외 이전에 나서면서 부품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니 걱정이다.

 공동화가 우려될 정도로 부품산업의 위기국면이 심각해 진 것은 세트업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감당하기 힘든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등 부품업체를 지속적으로 옥죄여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품업체의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이 역신장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품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임금 인상을 동결하거나 원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조치로는 세트업체의 단가인하 요구에 부응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건비·땅값·금리·세금 등 요소비용이 저렴한 중국·동남아·중남미·동유럽 등지로의 생산공장 이전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만 날로 악화되는 수익기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부품업체의 생산기지 이전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빠져 나간 공백을 해외 기업 투자로 메우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종전의 단순 조립공정 및 저가품 생산라인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생산 및 연구개발(R&D)센터 등 핵심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해외기업의 투자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화가 걱정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첨단의 고가 부품은 단독 또는 합작사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일반 부품은 기술수준은 우리와 비슷하면서 저임금으로 무장한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품산업과 세트산업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품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세트업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존폐의 기로에 놓인 부품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및 축적과 함께 영세 부품업체들을 통합시켜 몸집을 불려 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본다.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춰야 기술개발은 물론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업체의 힘만으로 대형화와 기술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우리의 부품산업이 살 수 있는 길은 기술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규모의 싸움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정부는 개별 업체에 대한 기술개발 및 최적시설 구축에 앞장서야 하고, 대기업은 공생의 자세를, 관련업계는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수의 일류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대비해 인수·합병을 적극 모색하는 등 경영전략의 시야를 세계 무대로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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