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 chyim@tta.or.kr
지난달 말 일어난 인터넷 이용 혼란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언론에서는 ‘인터넷 대란’이라며 연일 1면 톱을 장식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터넷 강국의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실추시켜 나라가 온통 엉망으로 된 듯한 얘기도 나온다. 사태의 원인에 대해 처음에는 언론 기관별로 이런저런 엉뚱한 추리를 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의 보안이 완벽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우리가 이런 문제에 직면하면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같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온나라가 난리법석이었다. 사고가 나자 전국의 교량안전에 대한 일제점검이 이뤄졌다. 일시에 전국 모든 교량의 안전을 정밀히 점검하는 데 필요한 전문가가 충분한지, 점검에 필요한 장비가 갖춰졌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우선 발표부터 하고 말았다. 부실한 교량이 엄청나게 존재하고 이를 모두 정비하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데 지금 그 가운데 얼마나 정비됐고 교량의 안전진단은 현재 정기적으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후속 기사는 없다.
인간이 만든 물건은 근본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 문제는 터지게 돼 있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다루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해당부처 장관 인사조치로 모든 것이 끝나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이제 좀 이성적이어야 한다. 냉정하게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고 다시금 동일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체계에 대한 점검이 규칙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 강국이다. 따라서 문제가 일어나면 이에 따른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문제가 일어나면 아무도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 우리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이번에 겪은 인터넷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발목이 잡히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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