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휴대폰 용 게임, 올해 미국과 유럽서 새로운 `달러박스` 부상

 전세계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10억명. 이들이 마치 분신처럼 들고 다니는 휴대폰의 용도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10∼20대 청소년 및 직장인 사이에서는 휴대폰이 전통적인 전화, 즉 음성통화를 전해주는 수단 못지 않게 또래 친구들과 단문메시징서비스(SMS) 등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용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이들이 주고받는 데이터의 성격도 불과 1∼2년 전만 해도 SMS 전송과 속보성 뉴스 등 정보 검색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사진을 비롯한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와 스포츠 경기, 게임 등을 즐기는 것으로 쓰임새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올해부터 전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이 3세대(G) 서비스 보급을 본격화하면 휴대폰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 시장규모도 급팽창할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 통신 컨설팅회사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특히 휴대폰으로 또래 친구들과 각종 멀티미디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최근 일본과 한국 등에 이어 올해부터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이통 가입자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관련시장이 새로운 ‘달러박스’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가입자 정체상태를 맞고 있는 이통 사업자들은 물론 휴대폰 단말기 및 게임 업체들까지 올해 휴대폰용 게임시장을 최대 승부처로 정해놓고 관련 제품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일본 세가와 미국 액티비전 등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은 각각 미국 이통사업자 스프린트PCS·AT&T와이어리스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동영상 게임을 제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액티비전은 지난해 10월부터 AT&T와이어리스 이통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휴대폰으로 스케이트보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게임 서비스(토니 호크 스케이터)를 선보인 후 불과 두달여 만에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끄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또 일본 세가가 스프린트PCS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휴대폰용 게임 ‘몽키 볼’도 6명의 게이머들이 파티에 참가해 각종 게임을 벌이는 낯익은 시나리오를 제공해 스프린트PCS 가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고무돼 6개 미국 이통업체들은 올해부터 매달 수십개씩 새로운 게임 서비스를 추가하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대서양 건너 유럽 이통 및 게임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영국의 오렌지와 독일 T모바일 등 유럽의 주요 이통사업자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속속 2.5세대(G)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게임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인-퓨지오·TTP컴·ARM 등 유럽 게임업체들도 최근 입체적인 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휴대폰용 게임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중에 프랑스의 인-퓨지오는 화려한 영상을 자랑하는 사격(미션 3D) 및 자동차 경주(페라리)를 비롯한 3∼5개 게임을 한꺼번에 선보여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회사 대변인 얀 몬돈은 “폰 게임이 요즈음 불황을 겪고 있는 유럽 게임업체는 물론 이통서비스 및 전세계 휴대폰업체들까지 먹여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달러박스’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올해부터 유럽과 미국 등의 이통 사업자들이 제공할 3G 서비스에서 휴대폰 게임이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거의 일치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데이터모니터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05년 미국과 유럽에서 3G 이통 가입자가 전 인구의 약 80%에 해당하는 2억5000만명을 돌파하고, 이들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3G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것보다 게임을 즐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변화는 올해로 3년째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전세계 정보기술(IT) 관련업계로서는 복음과 같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 혜택은 이통 사업자와 게임개발 및 휴대폰 업체들에도 골고루 돌아갈 전망이다.

 단순히 시장규모만 놓고 보면 휴대폰업체들이 최고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유럽과 미국에서 3G 이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 수만큼의 휴대폰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노키아와 미국 모토로라,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등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두그룹 업체들은 앞으로 2∼3년 사이에 유럽과 미국 두 지역에서만 약 3억대의 컬러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고가 휴대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며 최근 이들 지역의 이통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중에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는 오는 2월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이는 게임 전용 휴대폰 N게이즈 발표를 계기로 고성능 휴대폰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2위 업체 미국 모토로라도 최근 유럽에 1000달러가 넘는 고가 휴대폰(모델명 A830)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안에 무려 10여종의 컬러 휴대폰을 전세계 시장에 동시 다발적으로 선보인다.

 한편 최근 가입자 정체상태를 맞고 있는 유럽과 미국 이통서비스 업체들도 앞으로 1∼2년 안에 휴대폰 게임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면 이통 가입자들이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의 추가 통화료 수입을 올릴 것이 분명해 최악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영국 오렌지와 독일 T모바일 등 유럽 이통 사업자들은 지난 2∼3년 동안 SMS를 통해 10%대의 추가수입을 올린 경험까지 있기 때문에 각종 게임 서비스들이 새로운 고수익사업으로 등장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유럽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이터 통신 시장진입이 늦은 미국 이통업체들도 최근 AT&T와이어리스와 스프린트PCS 등을 중심으로 전세계 게임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미국 이통 가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상황전개는 전세계 게임업체들도 최고의 시장확대 기회를 안겨다 줄 전망이다. 데이터모니터는 오는 2005년까지 전세계 게임업체들이 휴대폰 가입자와 광고주들로부터 거둬들이게 될 수입이 약 6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해 관련업계를 즐겁게 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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