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비전 2003:정보기기·유통업계]정보기기(1)

*삼보컴퓨터

 “새해는 해외에서도 브랜드PC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 3년 안에 국내에서 다시 PC업체 1위를 탈환하겠습니다.”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 http://www.trigem.co.kr)는 올해 내수에서 데스크톱은 2002년에 비해 3% 늘어난 52만대, 노트북은 27% 늘어난 7만대를 판매하고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340만대보다 17% 늘어난 400만대의 PC를 국내외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삼보는컴퓨터는 지난해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해야 했다. 국내 PC시장에서 후발업체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시장진입 가속으로 치열한 내수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해외에서는 HP 통합에 따른 수출 물량 확대로 혜택을 경험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PC시장 위축으로 내수·수출 모두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으며 올해에도 이러한 시장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이러한 위기를 해외 브랜드PC사업 확대로 돌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동남아 등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브랜드PC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브랜드PC사업 확대를 위해 대만의 에이서와 위스트론의 예처럼 제조부문(OEM)과 브랜드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만성 2위에서 탈피, 3년 뒤 1위를 목표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방침이다. 이홍순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3년 뒤 국내 PC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 부회장이 업계 1위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위라는 타성에 젖어있던 삼보컴퓨터 임직원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사업부 단위의 ERP·BPR 등 시스템을 구축, 세부단위까지 실시간 손익계산이 가능하도록 해 책임경영체제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PC에 점차 디지털가전 및 통신기능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R&D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적기에 제품을 출시해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

◆인터뷰: 이홍순 부회장

 “현재 PC업계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세계화를 통해 각각의 영역에서 핵심역량의 극대화를 통해 세계 1위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가치사슬에 묶여 있습니다. 삼보컴퓨터는 이를 감안, 해외 브랜드사업으로의 적극적인 진출,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 운영 효율화 및 대대적인 IT투자의 진행으로 자사 핵심역량의 극대화를 이뤄 수익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삼보컴퓨터의 이홍순 부회장은 올해 사업 초점을 해외 브랜드PC사업 강화로 삼고 있다. 삼보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제조업자설계생산(ODM)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반의 수출이 주력이었지만 2년 연속 경험한 PC경기 침체로 이 분야에서는 더이상 높은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HP·델·IBM 등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선진국시장에서 삼보가 둥지를 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중국·인도·동남아시아·라틴아메리카·동유럽·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공략하되 국내 브랜드사업 경험을 충분히 활용할 경우 승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브랜드사업을 위해 대만의 에이서그룹처럼 브랜드사업과 OEM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그는 “ODM과 브랜드를 한 지붕 아래 두었을 때 야기되는 이해의 충돌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브랜드사업이 국내 위주로 한정됐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이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해외 브랜드사업이 안정화되는 시점에는 분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시점에는 양 사업의 분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보는 올해 PC와 가전, 통신이 결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의 R&D를 강화하는 한편, 적기에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삼보는 지난해 PC에 저장된 각종 동영상과 MP3 등의 파일을 화질이나 음질 손상 없이 TV 및 오디오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Play@TV’를 이미 선보였으며, 올 상반기중 MS의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인 스마트 디스플레이(코드명 미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PC를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준비하고 있다.

 이홍순 부회장은 “삼보컴퓨터는 PC수출 전문기업으로 국내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등만 하면 된다는 타성에 젖어있었으나 올해에는 이러한 타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라며 “이를 위해 지난해 신뢰·첨단·유연의 드림코드를 바탕으로 CI를 개편했고 다양한 이미지 제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보컴퓨터는 20여년의 풍부한 노하우를 통한 독보적인 기술경쟁력, 전국 800여개의 대리점과 100여개의 서비스센터, 고객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한 끊임없는 상품개발 등이 국내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며 “기존의 이러한 강점을 살리고, 세계 각국과 연계된 생산·물류·서비스·R&D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업부 단위의 책임경영시스템 구축, 새로운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구성 등 시스템화된 경영기법을 구사할 경우 3년 안에 다시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팬택계열

2002년 팬택과 팬택&큐리텔을 합쳐 1조4000억원의 매출과 1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한 팬택 계열(대표 박병엽)의 올해 목표는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한 계열 매출 3조원과 20억달러의 수출이다.

 지난해 10월 내수시장에 진출한 지 불과 3개월만에 내수시장 점유율 10%대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팬택 계열의 잠재력이나 현재 보유한 연구개발인력과 기술력을 볼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팬택 계열은 2003년 한해 동안 17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계획하고 있으며, 연구개발능력 강화를 통해 2003년에는 국내외에 신규모델 100개 이상을 개발 및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인력도 300명 이상을 충원해 1300명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팬택 계열은 1300만대의 수출을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 3%로 세계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북미·남미·중국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유럽 GSM과 러시아, 인도 및 동남아시장 등 신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예정이다.

 내수시장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3강체제를 구축하여 연간 200만대 이상의 내수판매를 목표로 하고, 시장점유율 15%대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런 야심찬 경영목표를 추구하는 팬택 계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다. 1300여명의 우수연구인력과 첨단연구시설로 무장되어 CDMA·GSM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으며, 개발된 기술에 관해서는 생산·마케팅·구매 등 모든 부서들의 활발한 협조와 견제를 바탕으로 기술 타당성과 시장진출 가능성을 엄격하게 판가름하고 있다.

 한편, 팬택과 팬택&큐리텔과의 협력은 어느 업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원가절감의 기회를 갖게 한다. 팬택 계열사로서 큐리텔은 이미 제품의 뛰어난 질과 기술력으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팬택은 연구개발과정에서 큐리텔과 플랫폼을 공유해 기술개발투자비용을 줄이며 공동구매를 통해 구매단가를 절감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박병엽 부회장과 박정대 총괄사장,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 팬택 이성규 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진취적인 마인드로 팬택 계열의 인재·기술 중심의 내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외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부서별로 세계시장 정보에 늘 깨어 있어 고객의 구미에 적합하고 경쟁사들보다 앞서가는 마케팅 포트폴리오를 능동적으로 기획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꾀해 시장진출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팬택 계열은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인 3강체제와 북·남미시장은 물론, 중국·인도·러시아 등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을 석권하려 하고 있으며, 이제 GSM의 본고장 유럽에 과감히 눈을 돌리고 있다.

 

 ◆인터뷰: 박병엽 부회장

 “올해에는 팬택 계열을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91년 서울 신월동의 20평짜리 사무실에서 무선호출기를 만드는 팬택이란 회사를 창업하여 2003년 매출 3조원에 도전하는 기업군으로 일궈낸 박병엽 부회장(43)의 올해 화두는 ‘존경받는 기업‘이다.

 그가 말하는 존경받는 기업이란 구성원은 물론이고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본받을 만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업 즉, 꼭 있어야 할 기업이다.

 “연매출 몇조원의 경영수치는 하나의 지침에 불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기술‘입니다.” 그래서 박 부회장은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본주의적 가치관이 없는 기업은 발전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결국 ‘기술’”이라며, 궁극적으로 팬택 계열은 기술 중심의 기업이 돼야 한다고 박 부회장은 강조했다.

 불과 창업 12년만에 휴대폰 한 품목으로 수출 10억달러, 매출 1조6000억원을 달성하고 올 한해 3조원의 매출계획을 잡은 팬택과 팬택&큐리텔. 2003년 정보통신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지난 한해 이동전화업계의 돌풍으로 등장한 ‘팬택’과 ‘팬택&큐리텔’이 올 한해 얼마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박 부회장의 승부사적 열정과 철학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팬택의 성장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1년 말 팬택&큐리텔(옛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러 직접 단신으로 큐리텔에 찾아간 것은 아직도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돋보이게 하는 많은 일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나 박병엽입니다.” 지난 2002년 11월 말 서울 서초동 큐리텔 사옥 5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 남자가 “누구시냐”고 묻는 여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순간 큐리텔에는 비상이 걸렸다.

 큐리텔이 매각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어서 큐리텔 임직원들은 인수팀이 조만간 오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연매출 7000억원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러 사주가 직접 단신으로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박 부회장은 즉시 5층에 일할 장소를 잡았다. 별도의 사무실이 없어 회의실을 임시 사무실로 썼고, 회의 테이블을 책상 대용으로 사용했다. 이곳에서 그는 현대큐리텔 임직원들을 만나고 업무를 보고받았다. 필요할 때면 사무실로 찾아가 담당자들을 직접 만났다.

 회사 오너가 격식 없이 접근하자 큐리텔 임직원들의 반응은 호의적으로 변했다.

 박 부회장은 큐리텔 임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나를 오너라고 어렵게 대하지 말라. 나는 11년 동안 무선통신단말기 분야에서만 일했던 전문경영인이나 마찬가지다. 업무를 잘 아는 동료가 왔다고 생각해달라.” 이렇게 박 부회장과 큐리텔은 금세 한 식구가 되었다.

 모토로라와 전략적 제휴, 미국 오디오박스와의 대규모 수출계약 체결 등 글로벌 경영에서도 그의 승부사적 기질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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