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속으로]소프트웨어저작권協 `소프트웨어저작권`

 21세기들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꿈이 하나씩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먼 옛날 상상속에서 꿈꿨던 일들이 하나하나 현실화되는 것은 유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것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는 점에서 묘한 상실감도 갖게 한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회장 최헌규)가 발행하는 ‘소프트웨어저작권(1월호)’에 실린 ‘사라진 꿈의 세계’를 소개한다.

 오래 전에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인공인 ‘러닝맨’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텔레비전 화면속의 어떤 인물을 얼굴만 바꾸어 놓는 장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초보적인 조작에 불과하지만 당시에는 믿을 수 없는 신기한 일이었다. 다른 영상은 그대로 두고 사람의 얼굴만 바꿀 수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꿈꾼 하늘을 나는 날틀(비행기)은 400년이 지나고 나서야 라이트 형제에 의해 현실화되었다. 쥘 베른이 ‘월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그렸던 달 탐사는 소설이 나온 지 100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최근 이런 꿈과 상상의 세계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조만간 가상현실의 여행도 가능할 것이고 터미네이터식의 사이보그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상상의 세계가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꿈과 상상의 세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전처럼 피노키오나 피터팬을 꿈꾸는 대신 영화의 주인공이나 게임 속의 전사를 꿈꾼다. 아이들은 피터팬, 요정 팅거벨과 같은 상상의 인물을 더 이상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인물들이 게임 속에 숱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보면서 새삼스레 이런 동심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극장 안은 아이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찼고 이에 부응하듯 화면 전개는 너무 빠르고 현란해 내가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영화에 나오는 요정 도그와 그밖에 많은 영상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워졌다. 요즘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은 ‘러닝맨’에 나오는 초보적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사실 요즘 영화를 보면 무엇이 실사인지 그래픽인지 구별할 수도 없다. 아이들의 꿈을 이제 영화와 컴퓨터 기술이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1939년 ‘오즈의 마법사’가 개봉됐을 당시 아이들은 그 영화가 주는 상상과 꿈의 세계 때문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예쁜 꽃과 무지개가 가득 찬 오즈의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따뜻한 꿈과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를 품게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리포터에서 보여준 마법의 세계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화면 속의 상상의 나라는 범인을 찾아야 하는 추리의 세계로 변질돼 있었고 그 과정 역시 ‘인디애나 존스’류의 어드벤처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월드컵에서 단연 이슈가 되었던 것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표어였다.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때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것도 행복하다. 우리가 동화책을 읽으면서 또 만화영화를 보면서 꿈꿔왔던 요정과 마술의 세계는 이제 과격하고 폭력적인 가상의 공간으로 변했다.

 상상의 세계를 꿈꾸는 것만으로 행복했었다면 이제는 그 세계에서의 짜릿하고 흥분된 모험을 수반하지 않으면 행복해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은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보다 짜릿한 모험의 세계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영상매체와 컴퓨터가 적절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아이들의 욕망이 변화한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상상의 세계가 빠르게 현실화하면서 더 이상 상상의 세계를 꿈꿀 수 없게 된 현실과 관련이 있다. 달세계가 지닌 신비로운 동화적 이미지는 인간의 발이 그 곳을 내딛는 순간 사라졌다. 바다 밑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아이들의 꿈은 해저 탐사선이 빼앗아가 버렸다.

 상상의 세계가 상상으로 남지 않을 때 아이들은 더 이상 그 세계를 꿈꾸지 않는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게임이나 영화로 달려간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정희모 연세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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