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은 오는 2015년 전까지 세계무역기구(WTO)의 모든 회원국들이 공업제품 및 소비제품의 관세를 없애 무역 분야에서 ‘제로(0)’ 관세를 실행하자는 방안을 제출했다. 이에 부응, WTO에 가입한 중국은 정보전자제품 관세를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 오는 2005년 전에 모든 정보전자제품에 대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이달 1일부터 중국은 90개종의 정보전자제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키로 하고 관세의 총 수준을 지난해의 3.5%에서 1.5%로 낮췄다.
중국 신식산업부 경제체제개혁 및 경제운영국 경제조정처장 보우푸숴는 “전자제품 특히 정보제품의 수입관세 하향 조정으로 중국 정보산업은 타격을 입겠지만 WTO 정보기술제품 협의를 확고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관세 하향 조정은 세계적 추세이지만 중국의 정보제품 관세 하향 조정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토종업체들이 심각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진행되는 큰 폭의 관세 하향 조정은 중국이 전자정보산업을 한층 더 개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WTO 이후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토종업체들이 상당수 퇴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중국 업체들의 시장 경쟁력은 향상될 것이며 중국 전자정보업계가 국제 자원을 더욱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 업체들이 중국 이전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전체 산업이 업그레이드되고 중국은 세계전자정보산업 기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관세 하향 조정은 장기적으로 중국과 해외 업계 모두에 이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조정은 호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관세 하향 조정은 중국 정보전자제품의 세계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중국 정보전자기술 업체들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관세의 하향 조정으로 중국은 수출 비율이 높은 정보전자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원자재 및 부품 수입 위주 업체들의 시장원가를 줄여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중국 국내시장에서 관세 하향 조정은 정보전자 제품의 밀수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휴대폰 물량은 50만대에 불과하지만 중국에 수출된 실제 휴대폰 수는 500만대에 이른다. 하지만 관세가 낮아질 경우 이 물량은 대폭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이밖에도 관세 하향조정은 수출입과 외자유치를 촉진한다. 지난해 1월 1일 관세 하향 조정이후 10개월 동안 중국의 무역흑자는 전년의 173억달러에서 248억달러로 늘었고 정보전자 제품 수출액은 50% 신장한 9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자유치도 지난해 500억달러를 돌파해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IT산업 100대 기업 가운데 90% 이상이 중국에 투자했으며 정보전자산업의 외자 이용액도 누계로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중국이 걸음마단계인 정보전자 제품에 대한 타격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에 관세를 대폭 하향조정한 품목에는 디지털 이동통신교환기, 파장분할다중접속 광전송장비 및 부품 등이 포함되는데 이런 제품들은 중국 업체들의 핵심기술 개발 및 시장 마케팅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어서 외국 선진제품과의 경쟁에서 어깨를 겨룰 수 없다. 그러나 중국 정보전자 산업에서 아직 관심도가 낮고 관세 조정에 큰 영향이 없는 디지털카메라, 컴퓨터, 테이프 등 산업의 관세는 오히려 소폭 인하됐다. 이런 제품들의 관세는 올해 7% 이상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고 특히 디지털카메라의 관세율은 20%로 이는 올해 중국 정보전자기술 제품의 평균 관세 1.12%와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또 완제품의 관세는 없지만 부품의 관세는 3%에 달해 중국 완제품 제조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당국은 이달 1일부터 모니터용 브라운관, 유리외곽, 휴대폰용 초소형 모터, 자동판매용 현금인출기, 인쇄회로용 광 내부식 박막 등 제품의 수입관세를 낮게 책정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임시방편으로 수입관세를 낮게 책정하는 것은 시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품관세 인하를 가속하여 중국 부품업체들에 더욱 큰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보전자 산업에 대한 관세 하향조정의 영향은 직접적인 제품가격 인하를 불러온다. 노트북PC의 경우 2001년 관세 세율이 15%였는데 2002년 무관세를 실행하면서 판매가격이 2만위안에서 1만5000위안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점은 중국의 롄샹·팡정·퉁팡 등 중국 토종업체들의 노트북PC 판매는 외국산을 누르면서 큰 타격을 받지 않고 계속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가정용 PC시장에서 롄샹·팡정·퉁방은 나란히 1∼3위를 석권하고 지난해 2분기 롄샹의 가정용 컴퓨터는 세계시장점유율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가 관세의 대폭 하향조정에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이유는 CPU·하드디스크 등의 관세가 전년부터 무관세를 실행해 중국 토종 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인텔의 관계자는 “중국의 거간업체없이 제품을 직접 중국에 수출 판매하고 자체제품에 대해 AS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인텔은 보다 싼 가격과 완벽한 서비스 및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경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하향조정은 통신제조업에 가장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집적회로(IC) 생산기술 수준은 세계 수준에 비해 10∼15년 뒤처지고 있고 디지털제어 시스템은 세계 수준과 15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광섬유 통신시스템, 광케이블 등 제품들은 중국에서 일정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수준 및 성능 면에서 외국 선진수준과 경쟁을 벌이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이런 비관적인 논리에 반발해 중싱통신의 관계자는 “원가 및 시장구조 조정의 영향은 단시일 내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중싱은 경쟁전략을 바꾸어 구매, 생산, 판매 및 관리에서 원가를 최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대형 통신제조업체들은 이미 세계적인 구매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관세의 하향조정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중국의 통신산업은 아직 완전 개방이 아니어서 중국 업체에 대한 보호책이 그냥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 당국에서는 관세의 하향 조정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있을 것을 중국 토종 통신제조업체들에 주의력을 환기시키고 있다.
중국의 정보기술(IT)·통신·반도체 업계들은 관세 하향조정이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반면 가전업체들은 관세 하향조정을 호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WTO와 협정에 가전제품 관세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부품 수입 관세가 인하되었지만 완제품은 기존의 관세 세율을 적용, 가공을 위주로 하는 중국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특별연장근로제로 '우회'
-
2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3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4
“TSMC, 엔비디아·AMD 등과 인텔 파운드리 합작 인수 제안”
-
5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 도약” 양자전략위 출범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