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두루넷과 통합 결렬" 선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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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로통신이 두루넷과의 통합결렬을 선언한 것은 지난해 3월 31일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하나로통신은 통합협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두루넷이 SK글로벌과 전용선사업부문 매각 가계약을 맺은 것을 이유로 협상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에는 두루넷의 최대주주인 삼보컴퓨터를 비롯해 나래앤컴퍼니 등 8개사와 두루넷의 지분 72%(5586만4431주)를 1259억원에 인수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AIG·뉴브리지 등 외국투자자들과 최대 13억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계획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은 48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KT에 이어 두루넷·드림라인을 인수해 모두 43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초고속인터넷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두루넷의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실사를 벌인 결과 단기채무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고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계약파기를 선언했다.

 ◇배경=업계에서는 이번 계약파기에 대해 외자유치의 불발 가능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나로통신으로서는 두루넷 인수를 앞세워 기업의 가치상승을 유도, 외자유치한다는 방침이었으나 AIG·뉴브리지 등 외국계 투자사의 반대로 포기하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다. 더욱이 지난달 계약을 맺을 당시 두루넷의 부채와 재무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하나로통신이 이제 와서 이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자금조달 문제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외자유치의 걸림돌이 유치 후 경영권 향배와 관계가 있으리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즉 신윤식 회장의 퇴진 약속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삼보·두루넷 입장=삼보컴퓨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일방적인 계약파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향후 필요한 조치를 거론, 법적 책임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2년에 걸친 실사와 협상과정을 거친 데 이어 나온 계약이기 때문에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기업의 경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두루넷 역시 860억원의 CB를 발행하기까지 해놓고 이를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내부사정 이외의 다른 이유는 없는데 이를 두루넷의 부채와 연계시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간 인수합병이라는 게 돌출변수가 생기면 파기하기 마련인데 너무 도의적인 면만 거론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망=두 회사의 합병은 일단 결렬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하나로통신의 경우는 지난 2001년 11월 두루넷과 합병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당시에도 기업가치 제고와 시너지효과보다는 단기적인 외자유치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었고 이번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경영권을 넘기라는 것이 외국투자자들의 요구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들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재론의 여지는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두 회사는 당분간 독자생존을 모색하면서 인수합병의 대상을 찾아 짝짓기를 다시 시도할 전망이다.

 두루넷의 경우는 그동안 데이콤과도 협상을 벌여온 바 있어 재개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데이콤 역시 현금유동성이나 단기부채, 우발채무 등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하나로·두루넷 인수합병 일지

 

 2001년 11월 1일 하나로·두루넷 합병 MOU

 2002년 4월 30일 두루넷·SK글로벌 전용선사업 부문 매각 가계약 이유로 하나로 합병작업 중단 선언

 2002년 12월 30일 하나로 두루넷 지분 72% 인수 계약 체결

 2003년 1월 15일 하나로 두루넷 지분 인수계약 파기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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