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새해가 시작된지 20여일이 지났다. 발빠른 기업들은 2003년 비전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새해 새설계에 여념이 없다.
다국적 IT기업을 비롯한 컴퓨팅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의 매출 목표와 전략 등을 담은 2003년 사업계획서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해당 분야와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컴퓨팅 업체들이 내놓은 사업계획서들은 대체로 분홍빛으로 채색돼 있다. 예컨대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서서히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특별한 돌출 변수가 없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큰폭으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치를 반영하고 있다. 일부 보수적인 업체들의 경우에도 “아무리 못해도 올해가 지난해보다는 더 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서비스분야 장밋빛=‘하반기 이후 경기 상승’이라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업종과 업체마다 올해의 목표치는 사뭇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컴퓨팅 분야를 서비스·하드웨어·SW 등으로 크게 3등분해 보면 서비스 분야의 사업계획서가 가장 장밋빛이다.
IT서비스 시장의 대표주자격인 SI시장의 경우 올해 작년대비 11.6% 늘어난 1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의 수요가 지속되고 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 시장이 형성되는데다 기존 시스템의 웹 전환이 시장의 한축으로 대두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모바일·텔레매틱스·생명공학 등 신기술을 응용한 시스템 구축과 관련 솔루션 개발이 SI업계의 신규 수요처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부의 경기육성 방침에 따라 상반기 중 공공부문 정보화 예산이 집중 투입되고 차세대 ‘모바일정부’ 사업이 본격화되는 등 공공부문 수요가 시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IT컨설팅 및 아웃소싱 시장도 지난해에 비해 11∼20%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IT서비스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e마켓플레이스 분야 역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B2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이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SDS·LGCNS·SKC&C 등 주요 SI업체들이 작년대비 10∼20% 포인트 많은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공격 경영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솔루션 하드웨어 대체로 맑음=솔루션 분야 업체들도 ‘대체로 맑음’이라는 기상도를 바탕으로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목표치로 삼고 있다. 서버 및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업체들의 경우에도 최소한 지난해 수준이거나 10% 안팎의 매출 성장을 이뤄낸다는 각오다.
솔루션과 하드웨어 분야에 있어서는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다국적 IT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한자릿수 정도의 매출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보수적인 사업계획서를 내놓은 반면 국산 솔루션 및 하드웨어 업체와 분야별 후위 업체들은 대부분 두자릿수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연말경 선발 업체와 후발 업체간에 시장점유율 순위가 바뀌는 등 업계의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특히 SW분야에서는 ERP와 확장형 ERP, 그룹웨어, 패키지, 미들웨어 시장에서 선후위 업체의 입지가 바뀔 가능성이 높으며, IA서버·스토리지 등의 분야에서도 시장 판도변화가 점쳐진다.
◇공룡 IT기업들의 패권다툼 치열=경기 회복기에 접어든 2003년 컴퓨 팅산업과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심한 변화가 예상된다. 웹서비스가 클라이언트 서버를 대체할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리눅스와 인텔아키텍처(IA)로 대표되는 신흥세력들이 세계 IT산업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IT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시장구조도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HP·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세계 IT산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공룡 기업들은 기술 및 시장 주도권 확보를 올해의 핵심 전략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마이크로소프트·한국IBM·한국썬 등이 웹서비스로 요약되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건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HP·한국IBM·한국썬 등 토털시스템 공급 3사는 가상화와 자율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기술 우위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국산 솔루션 업계 내실경영=국산 솔루션 업체들은 올해에는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안정경영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둔 사업계획서를 마련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산 솔루션 업체들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의 아픔과 실수를 간직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방만한 사업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정보보호 분야나 오피스 분야의 일부 업체들이 올해 시장 확장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대감으로 매출 목표를 30∼40% 높게 책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산 솔루션 업체들은 작년과 유사한 매출 목표를 설정하는 등 매출 수치 자체에는 큰 의의를 두지 않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그룹웨어·패키지SW·확장성표기언어(XML) 등 다양한 부문의 국산 솔루션 업체들은 각사의 주력 솔루션에 대한 영업을 보강하는 한편 경기 상황을 관망하면서 틈새시장을 겨냥한 고수익 신규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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