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보안업체들 "한국인 입맛 맞춰라"

 외국 보안업체들이 본사의 제품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적 상황에 맞는 별도의 제품전략을 구사하는 방법으로 국내시장 공략에 나섰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국 보안업체들은 제품개발 컨셉트나 출시시기 결정 등에 우리나라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상황에 맞는 제품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 또 출시시기도 미국이나 일본 등 시장규모가 큰 나라에서 먼저 출시하던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같은 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네트워크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한국 시장이 첨단 보안제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용 네트워크의 경우 외국은 아직 메가비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국내는 이미 기가비트급으로 넘어가고 있고 초고속인터넷도 이제 ADSL 도입을 서두르는 외국과 달리 국내는 VDSL 환경으로 넘어가고 있다.

 따라서 외국 보안업체는 국내 시장에서 시장성을 인정받으면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질 다른 나라에서도 절반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비용이 추가로 들더라도 한국적 제품전략을 가져나가는 것이다.

 한국트렌드마이크로(대표 박기헌)는 PC용 백신제품인 ‘피씨실린’의 실행속도를 높인 제품을 오는 4월경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바이러스 검사속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해 만든 것으로 국내 지사가 필요성을 제기해 본사에서 별도의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는 개인방화벽 기능도 사용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설치할 때 제외할 수 있는 등 선택의 폭을 넓혔다.

 박기헌 한국트렌드마이크로 사장은 “국산 백신에 비해 외국 백신은 더 많은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어 사소한 바이러스도 모두 잡아내지만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려진다”며 “과거 도스 시절 바이러스처럼 이제는 사라진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를 추려내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한국네트워크어쏘시에이츠(대표 문경일)는 조만간 기가비트 환경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백신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기존 하드웨어 백신 솔루션인 ‘웹쉴드e500’의 성능을 기가비트 네트워크 환경에 맞게 개선한 것으로 국내 지사가 본사에 한국적 환경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해 만들어졌다.

 이혜영 한국네트워크어쏘시에이츠 마케팅 부장은 “이 제품의 경우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출시될 예정으로 그동안 느린 처리속도 때문에 백신 어플라이언스 도입을 꺼렸던 대기업 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만텍코리아(대표 최원식)는 본사 차원에서 개발중인 기가비트급 통합보안 어플라이언스인 ‘시만텍게이트웨이시큐리티’를 2분기경에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제품이 발표된 후 한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국내 발표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동시에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제품은 백신기능뿐 아니라 방화벽과 IDS, 콘텐츠필터링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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