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변재완 SK텔레콤 상무

사진; 변재완 SK텔레콤 상무는 세계 최초로 cdma2000 1x EVDO를 상용화하는 데 앞장서 이동통신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12월, 경기도 분당의 SK텔레콤 네트워크연구원 건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의 흑자를 낸 회사가 특별상여금이 준다는 소문에 온 건물이 들썩인다. 속된말로 ‘잘 나가는’ 대기업 직원이라 보너스 봉투도 두둑할테다. 송년회다 뭐다 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그런데 연구실 한켠에선 40대가 한숨을 내쉬며 통신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고속데이터통신을 상용화하라는 임무를 띠고 1년째 시스템과 씨름하고 있는 변재완 상무(45)다.

 다음날 대표이사 앞에서 새로운 통신서비스인 cdma2000 1x EVDO를 시연해야 한다. 채 12시간도 남지 않았으나 아직 완벽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시연회 준비로 며칠째 밤을 지샌 직원들은 거의 파김치가 됐다. 밤을 꼬박 새우며 오류 결과들을 점검하다보니 어느새 연구실에 여명이 깃든다. 조용한 연구실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됐다. 됐어!”

 성공한 것이다. 시연회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변 상무와 직원들은 만세를 불렀다.

 “정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부하직원들이 조급해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시연회에서 시스템이 잘 돌아갔고 SK텔레콤은 결국 EVDO로 고속데이터통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변 상무는 EVDO 개발에 먼저 뛰어든 경쟁사를 이기려고 2배 이상 일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퀄컴의 엔지니어들을 다루는 일이었다. 한국이 세계 처음으로 서비스 시연을 하다 보니 벤치마킹할 곳도 없었다. 오류가 생기기만 하면 퀄컴과 SK텔레콤 엔지니어가 서로를 탓했다.

 변 상무는 결국 퀄컴의 부사장인 던 쉬락 사장을 만나 EVDO 관련 엔지니어를 파견해줄 것을 부탁했다. EVDO 상용화의 중요성을 간파한 퀄컴측은 엔지니어를 우리나라에 보냈다. 이들은 두달 동안 SK텔레콤에 사실상 ‘억류’됐다. 결국 퀄컴과의 협업은 성공했다. EVDO서비스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이전까지 음성분야만 주력했던 터라 데이터통신에 대한 감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EVDO를 다루면서 저나 직원들이 데이터통신의 ‘맛’을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보람은 통신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가동할 때만이 아니었다. 그는 언젠가 통신업계의 원로 소리를 듣게 될 때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무용담이 생긴 게 무엇보다 기뻤다.

 “벤처정신으로 도전했습니다. 과학원에서 연구하던 시절의 정신으로 달려들었지요. 이 열정을 이제 후배들에게 말해줄 수 있게 됐네요.”

 변 상무는 EVDO 상용화의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아 지난해 6월 CDMA개발그룹(CDG)에서 CDMA 산업 리더십상을 받았다. 그는 이제 상을 받는 자리에서 상을 주는 자리로 옮겨간다. CDG 부회장 자리가 유력하다.

 변 상무는 그간 성공한 CDMA기술 개발의 공로를 죄다 후배들에게 돌린다. 후배들의 땀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단지 운이 좋아 CDMA에 조금 일찍 접했을 뿐이며 후배들의 작업을 ‘코디네이션(조율)’만 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의 꿈은 단 하나다. 후배들에게 자랑할 만한 무용담을 몇 개 더 만들고 싶다. 직원과 같이 호흡하며 한국의 통신기술 발전을 위한 ‘코디네이터’로 남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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