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통신장비업체, 사업축소로 사업기반 흔들린다.

 

 

 휴대폰과 더불어 국내 통신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통신장비의 사업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LG전자와 현대시스콤·머큐리 등 대형 통신장비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통신장비 사업을 축소하거나 단말기 및 멀티미디어 분야의 신규사업에 나서면서 통신장비 사업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는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의 투자축소로 통신장비 수요가 크게 감소, 해외 메이저업체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향후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휴대폰과는 정반대로 국내 통신장비 사업기반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지난해 KT아이컴에 WCDMA장비를 국내 처음으로 공급한데 이어 SKIMT의 입찰에서도 삼성전자와 더불어 WCDMA장비 공급권을 획득하는 등 국내시장에서 만큼은 기대 이상의 사업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사업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판단, 통신장비 사업의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통신장비 분야에 대한 R&D 비용을 지난해보다 10% 줄어든 900억원으로 책정했다. 또 지난해부터 통신장비 사업분야에 대한 영업 및 연구인력을 300여명 줄였다. 현재 LG전자 시스템사업부문 인력은 2400여명이지만 지속적으로 휴대폰 분야로의 인력재배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추가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네트워크통합(NI) 사업을 담당해온 데이터네트워크사업부문을 계열사인 LG CNS에 이관한데 이어 기간통신사업부의 조직축소를 단행한 바 있다.

 현대시스콤(대표 장성익)은 기존의 통신장비 사업만으로는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판단, 휴대폰사업에 나서는 등 사업다각화를 통한 활로모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통신장비사업을 통해 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데 그친 현대시스콤은 지난해 11월 대표이사 교체와 더불어 사업방향을 전면 수정해 올해 시스템부문에서 1000억원, 단말기 부문에서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현대시스콤은 이를 위해 중국 및 국내 업체와 전략적 제휴 및 휴대폰 수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교환기업체인 대우통신의 후신격인 머큐리(대표 이용복)는 2000년 11월 미국 CVC컨소시엄에 매각된 이후 교환기 등 기간통신사업자용 통신장비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멀티미디어 사업과 기업용 통신장비 및 솔루션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통신장비업체들이 이처럼 통신장비 사업을 축소하거나 신규사업 진출에 적극 나섬에 따라 향후 통신장비 시장은 비교적 투자여력과 함께 해외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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