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집행의 객관적인 평가와 공정한 배분을 위해 R&D 예산 평가기구를 새로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덕연구단지가 술렁이고 있다.
출연연 기관들은 인수위측이 평가기구를 설치해 약 5조원에 이르는 국가 R&D 예산을 전면 재평가할 경우 가까스로 정착돼 가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출연연의 한 기관장은 “IMF터널을 빠져나올 때 출연연을 가장 먼저 구조조정해 연구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이번에 또 어렵게 정착된 연구시스템이 다시 훼손당한다면 앞으로 10년간은 굵직한 연구결과물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R&D 평가 때 평가자들이 하루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다”면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있더라도 예산구조를 다시 흩어놓게 되면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산 재평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다른 기관장도 “평가시스템의 교체를 단순히 봐야 하는지 연구시스템의 전면교체로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연구시스템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부터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놓은 뒤 칼을 대야 할 것”이라며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개혁방안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R&D 평가시 평가자가 수시로 바뀌는 점을 보완해 초기 프로젝트 입안 단계에서부터 마무리될 때까지 평가자가 과제수행을 지켜보고 조언하면서 함께 이끌어가는 책임형 시스템 도입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R&D 예산 재평가는 인수위의 공식 아젠다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가 R&D체제 및 평가에 대한 인수위의 명확한 입장천명이 있어야 갖은 억측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인수위측의 불확실한 최근의 행보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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