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부·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세계적인 게임개발사 미국 블리자드가 한국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벤트를 무성의하게 처리해 생색내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블리자드 수석개발자 겸 부사장인 빌 로퍼는 지난 10일 차기 게임개발과정에 한국 게이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취지로 국내 유명 프로게이머 4명과 의미있는 영상인터뷰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가 불과 1시간 만에 끝난 데다 중간에 통역까지 거치는 바람에 알맹이 없는 이야기만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렀다.
사정이 이쯤 되자 인터뷰를 마친 프로게이머들은 “도대체 이 같은 행사를 왜 개최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 행사장은 하나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프로게이머는 “블리자드가 진정으로 한국 게이머들의 의견을 듣고 싶으면 인터넷 게시판에 한국게이머포럼을 운영하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일 것”이라며 “이번 인터뷰는 다분히 생색내기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게이머는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패치를 근 2년 동안 하지 않았다”며 “과연 1시간짜리 영상 인터뷰를 통해 블리자드가 국내 유저들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사실 외국 게임업체들의 무성의한 고객서비스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자사의 게임을 한국에서 500만장 이상 판매, 전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을 소화하고도 볼품없는 고객서비스로 도마에 오르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 2001년 한국 유저가 늘어 네트워크 대전시스템이 자주 다운되는 등 여러 가지 불만이 제기됐지만 블리자드와 모기업인 비벤디유니버설게임스가 이에 대해 늑장대응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을 돈벌이를 위한 소비시장으로만 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는 블리자드뿐 아니라 다른 외국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게임 판매량에만 관심이 있지 사후 고객서비스는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이다. 더구나 한국 유통업체들의 판권경쟁을 조장, 판권료를 천정부지로 올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블리자드의 영상 인터뷰는 이 같은 불만이 폭발한 현장이었다.
외국 게임업체들이 더이상 한국 유저들을 봉으로만 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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