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의 현실과 미래/ 곽판규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테헤란밸리가 벤처산업의 메카에서 사채업자의 메카로 바뀌고 있다는 보도가 들린다. 아직 그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건만 마치 벤처산업이 궁지에 몰려 어디론가 실종됐다는 느낌을 품게 한다. 그러나 벤처는 아직도 건재하다. 디지털 단지로 변신한 구로동에서, 대덕 연구소에서, 또 어느 조그만 건물 한 구석에서 여전히 신기술 개발에 땀을 흘리고 있다. 신화 만들기·영웅 창조식의 벤처 여론몰이가 사라졌을 뿐 벤처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특히 올해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에서 씨앗을 뿌리고 땅을 고른 벤처육성책의 바톤을 어떻게 이어받을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벤처산업을 한번쯤 되짚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몇년동안 벤처의 성장, 소멸을 지켜보며 혹은 벤처의 탄생을 위해 산파위치에 서기도 했던 전문가 곽판규씨가 벤처산업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를 내놨다. 최근 출간된 ‘한국벤처의 현실과 미래’(전자신문사 펴냄)는 벤처산업의 거울이자 이정표와도 같은 책이다.
데이콤, 삼성SDS,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전자 기획실 등 IT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저자는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인 이아이피오를 거쳐 현재 벤처투자회사인 젠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접목해 IT벤처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지난 과거는 돌이키고, 현재는 점검하며, 미래는 조망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한때 전세계를 강타했던 미국식 벤처와 신경제가 몸살을 앓으면서 그 큰 물결 속에 편입됐던 우리에게도 어려움이 닥치고 있다는 현 상황에서 출발한다. 98년과 99년의 아주 강렬했지만 한 여름 밤의 꿈같은 벤처 호황기가 끝나고 시작된 혼란상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우리가 배운 미국식 벤처와 우리가 받아들인 벤처 사이의 간극, 새로운 벤처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두고 빚어지는 여러가지 갈등현상도 드러내고 있다.
제1부 창업에서 성장까지의 혼란을 보자. 투자유치의 기본요건, 시기별로 벤처 창업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유형, 사업계획서, 인터넷 기업의 마케팅, 닷컴 기업과 이익, 지적재산권, 마케팅 이슈 등 실무적인 내용에서부터 직접 해보지 않으면 결코 파악하지 못하는 숨은 정보들을 캐내고 있다. 심지어 벤처기업들이 무서워하는 3가지와 좋아하는 3가지나 해외 체질 vs 국내 체질 등 재미있으면서도 혜안을 주는 내용들도 실려있다.
제2부 시련과 좌절의 혼란은 그야말로 생생한 벤처의 고민들이 나온다. 벤처에 발을 담가본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며 “맞어. 나도 이랬었어”하며 공감을 느낄 대목이 많다. 월급을 못주거나 몸과 마음이 지쳐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은’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사고를 어떻게 해야 안치는지에 대한 시각도 제공한다. 제3부 코스닥 등록후 혼란상을 짚은 부분이나 제4부 벤처투자의 혼란과 코스닥 기술주 투자의 혼란은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벤처 정책과 제도를 꼬집고 있다. 또 IT산업과 기술의 혼란, IT사업과 제품의 혼란 등 흔히 겪고 있는 오류를 조목조목 거론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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