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60여년전 무전기의 대명사 ‘워키토키’를 만들어낸 기업, 1930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용 라디오를 생산한 기업, 모토로라는 바로 현대 통신기술 및 산업의 ‘산증인’이었다. 현재도 모토로라는 통신과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재료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커뮤니케이션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모토로라 연구·개발(R&D)의 축인 모토로라랩에서는 800여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전세계 200여 대학과 연계해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모토로라 벤처를 통해 유망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모토로라랩의 전임 부사장 겸 연구소장이며 현재 회사 기술고문으로 재직중인 데니스 로버슨이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미래기술의 비전과 연구활동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모토로라는 항상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기술(IT) 산업의 최전선을 개척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모토로라가 구상하는 미래의 세계는 어떤 모습입니까.
▲미래 세계는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편리하고 정교해질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생활의 전 영역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인간의 생활이 개인적인 연결(personal connectivity) 영역에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지인과의 연결이 강화되고 그들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도 계속 커져가고 있습니다. 일과 여가의 커져가는 욕구를 채워 줄 기술이 미래생활의 주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과 TV의 융합, 3세대 이동통신,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 등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무선기술은 우리를 시공간의 제약에서부터 해방시킬 것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 무선기술, 인터넷의 결합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한편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보다 풍성하게 할 것입니다. 물론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돼 일의 효율성도 크게 늘어나겠죠.
-매우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영역을 중심으로 미래의 비전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글쎄요. 커뮤니케이션은 필연적으로 공적 영역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모토로라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모토로라는 통신기술을 통해 공공의 안전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습니다. 모토로라가 최근 플로리다 경찰에 공급한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은 경찰과 소방서, 응급구조대를 광대역 네트워크로 연결합니다. 이를 통해 실시간 동영상, 음성, 인터넷 데이터가 빠르게 전송됩니다.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되겠죠.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생활과 기업활동에 있어서의 안전에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공공 안전과 통신기술을 연결시켜 사람들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서 모두 IT의 혜택을 누리길 바랍니다.
-그밖에 앞으로 5년, 10년후의 세계를 변화시킬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요.
▲앞으로 5∼10년 동안 유망한 분야로는 전원분배 등 에너지 분야, 연료전지 기반의 전기자동차 추진 시스템, 가전제품용 초소형 연료전지, 통신장치(휴대폰·PDA 등), 게놈 기반의 생명기술(BT) 분야, 무선랜, 유무선 통합시스템, 방송과 이동통신 시스템의 융합형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5∼10년후 비즈니스 환경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어떤 사업 분야가 경제를 선도할 것으로 보며 또 이를 위해 모토로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기술과 비즈니스, 마케팅의 관계는 역동적이며 예측하기 힘드니까요.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모토로라가 지난 75년 동안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과 비즈니스, 나아가 산업구조도 자연적인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신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을 창출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산업의 경우 모토로라의 기술적인 리더십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잠재적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또 새로운 시장과 기술도 결국에는 정점에 도달해 소멸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토로라는 다양한 사업영역을 가진 기업이기 때문에 그간 성숙된 사업분야의 이익으로 미래의 기술과 비즈니스 투자가 가능했습니다. 그 점이 모토로라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신기술 R&D에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토로라랩은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를 포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초과학 분야와 당장 실용성이 있는 연구와의 조화는 어떻게 맞춰 나가고 있습니까.
▲모토로라의 연구범위는 통신기술에서 신물질, 알고리듬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연구활동은 주로 응용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학의 제휴 연구소와 세계 여러 나라의 모토로라랩에서의 기초연구를 토대로 본사 연구소에서는 현재 및 미래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혁신적인 제품과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모토로라랩은 3∼7년 정도 앞서서 나올 제품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기술을 연구소로부터 각 사업부의 제품개발 조직으로 이관하기 위해 각 사업부와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2∼3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 이 점이 연구활동에 제약으로 작용하지는 않는지요.
▲연구에 제약이 없을 순 없습니다. 연구성과를 때맞춰 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강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점은 모든 기업연구소의 당연한 임무입니다. 다행히 모토로라 경영진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희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매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모토로라가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R&D에 중점을 두고 적절한 투자를 하는 것이야말로 신제품과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장기 전략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대략적인 전망을 부탁합니다. 반도체업계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요.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시장 역시 궁극적으로는 회복되리라고 봅니다.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매력적인 신제품을 내놓아 수요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PC, 반도체 수요는 침체상태지만 휴대폰이나 다른 통신, 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수요가 일어날 것입니다. 조만간 기업들은 혁신적인 반도체 제품을 상품화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창의적인 소비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심판을 받게 되리라 봅니다.
-아시아, 특히 한국기업의 장래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앞으로 모토로라의 가장 강력한 상대로 떠오를 아시아·한국지역의 기업이 있다면요.
▲저는 아시아지역을 자주 여행합니다. 그리고 모토로라가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지역의 변화 및 개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각국은 독특하고 또한 각기 다른 정도의 경쟁력이 있습니다. 모토로라는 다양한 사업분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존경받는 모든 아시아 기업들과 강력한 경쟁상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강력한 파트너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모토로라는 이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욱 큰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합니다.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로서 보람은 어떤 것이며 또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요.
▲유망한 기술의 미래를 보며 힘을 얻습니다. 이런 점에서 스스로 어쩔 수 없는 과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를 정말로 고무시키는 것은 재능있고 열정적인 전세계 연구팀을 이끌고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류를 위해 더 좋은 세상의 창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구팀들을 보며 저는 더욱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다만 제가 기운이 빠지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과제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일 것입니다.
-특별한 취미나 개인적으로 관심 분야가 있다면요.
▲저는 다섯명의 아이가 있고 가족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보이스카우트와 FIRST(For Inspiration and Recogni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청소년 및 사회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과 함께 교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또한 여행을 즐기고 그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데니스 로버슨 모토로라 기술고문은 누구인가
최근까지 모토로라의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전세계에 산재한 800여명의 모토로라 연구진을 진두지휘했다. 워싱턴 스테이트대학에서 전기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70년 AT&T의 벨랩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얼마후 IBM에 입사해 반도체 디자인과 공정, 메인프레임, RISC칩 등 연구 및 경영 분야의 다양한 직위를 거쳤다. 94년 AT&T 부사장을 거쳐 98년 모토로라에 합류했다.
현재 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 회장으로 재직중이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컴퓨터시스템정책자문회의 기술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설명
모토로라는 통신과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등 IT기술의 결합을 통한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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