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품·소재산업 다시보기

◆산업기술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요즘 중소 부품·소재업계 최고경영진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매년 그랫듯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란 기대심리를 반영, 매출목표를 거창하게 잡았지만 연초부터 세계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저환율·유가불안·이라크전쟁 임박 등 악재 투성이다.

 중국 및 동남아 후발국의 추격도 골칫거리다. 과거에는 가격은 몰라도 품질만은 자신있다고 자부했지만 최근에는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게 현실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을 시작으로 대형 세트업체들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이 더욱 가속화해 절대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것은 세트업계의 구매행태 변화다.

 “품질만 어느 수준에 맞춘다면 굳이 국적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세트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은 조건만 맞는다면 계열사까지 외면하는 실정이다. 세계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무한경쟁시대로 진입해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도 이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됐다.

 그러나 부품·소재산업을 이처럼 단순히 시장논리에 맡겨 방치하기에는 그 중요성이 너무 크다. 누가 뭐래도 부품·소재 분야는 IT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기간산업이자 핵심 인프라에 해당한다. 뿌리가 흔들려서는 결코 좋은 열매를 담보할 수 없다.

 이제 부품·소재산업은 IT산업의 핵심 인프라 차원에서 정부와 산·학·연이 모두 뜻을 모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트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아무리 좋은 육성책을 만든다 해도 정작 수요업체들이 써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물론 세트업체들로서는 저렴한 원가의 부품·소재를 사용해 대외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볼 때 이익일지 몰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큰 손해라는 생각이다. 국내 부품·소재산업이 무너져도 외산제품이 저가격을 유지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무너져내리고 있는 전자대국 일본이 여전히 부품·소재에서 알토란같은 이익을 고스란히 챙기고 있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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