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edchung@ksda.or.kr
되돌아보면 최근 10년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매우 빨라지고 편리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개인 전화를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전화를 통하여 동영상을 보거나 사진을 찍어 곧바로 전송할 수도 있다는 말을 10년 전에 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95년께 모뎀을 통한 인터넷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URL을 입력하자마자 원하는 사이트가 뜬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는 그야 말로 세계 최고속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IT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최근 생명공학기술의 응용을 통해 사람의 귀를 등에 배양하고 있는 쥐와 사람의 장기를 배양하고 있는 돼지 등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한다. 이런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생활과 지식체계의 속도와 편리함을 높이는 정도를 넘어 이제는 문화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속도와 편리함만이 기술발전과 문화향상을 담보해 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한 숙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세기 초 비약적인 미생물학의 발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에 의해 죽어갔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을 전염병으로부터 구하였지만 반대로 항상 인류는 세균전이라는 대량살상의 위협에 놓이게 되었으며, 대체에너지로 개발한 핵에너지 또한 인류에게 제3의 불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에너지고갈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였으나 인류로 하여금 핵무기라는 대량살상의 위협에 직면하게 하였다.
발달된 과학의 오용에 대한 우려는 지나간 20세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인간복제에 관한 윤리적, 종교적 논란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자살사이트, 범죄정보사이트 등을 통한 유해정보의 유포, 휴대폰과 이메일을 통해 무작위로 살포되는 스팸메일 문제 등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속도와 편리함을 더해 주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생활과 문화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술발전이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기술발전의 속도와 편리함의 배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에 대한 철학과 윤리적 화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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