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포털 회사인 KTH(대표 최문기)가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을 통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DRM 전문회사에 소스 제공을 요구, 관련업계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있다.
DRM 업계에 따르면 KTH는 지난 연말 DRM 기반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키로 하면서 DRM 회사에 소스코드를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KTH는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고 콘텐츠 제공업체(CP)들에 데이터 산출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소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 특히 DRM 회사들이 중소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폐업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더라도 KTH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를 계속하려면 소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회사 관계자도 “오픈된 소스를 갖고 KTH가 DRM 사업을 전개할 목적도 없을 뿐 아니라, KT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소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보는 DRM 업계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디지캡·마크애니·코어트러스트는 이미 특허를 획득했거나 출원중인 데다, DRM 코어엔진은 KTH에서도 만질 만한 기술력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미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
하지만 이 회사를 제외하고는 KTH측 제안에 반발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KTH가 원하는 스펙에 맞게 개발된 소스코드를 사려는 것인 만큼, 이 소스를 가지고 사업을 하더라도 법적인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파트너 관계를 깨뜨릴 뿐 아니라, 이제 막 초입단계에 있는 DRM 시장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H가 선례로 남아 많은 대기업에서 소스를 요구할 경우 우리와 같은 중소기업은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을 믿고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관계가 구축됐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KTH 프로젝트는 유무선 포털 회사에서 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DRM을 탑재하는 첫 프로젝트이며 4억∼5억원 규모에 이른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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