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IT과제](4)디지털방송 전략적 육성

 이젠 방송이 국가성장동력이다. 전문가들은 노무현호의 성장동력을 꼽을 때 방송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특히 노무현호가 공약으로 설정한 신성장전략을 펼쳐나가기 위해선 방송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8년 IMF 관리체제와 함께 출범한 DJ정부는 성장동력을 CDMA나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에서 찾아내 지식기반사회를 외쳤다. DJ정부는 통신에 대한 전략적 가치부여를 바탕으로 탈IMF신화를 일궈냈으며 더나아가 e코리아의 명성을 세계에 휘날렸다. ‘빨리빨리’의 민족성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CDMA 휴대전화, TFT LCD에선 세계 최고 기술국가란 명성을 얻었고 인구 1000명당 초고속인터넷가입자수 역시 세계 제1이다.

 DJ정부의 성공신화 초석이었던 통신이 노무현호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다행히도 노무현호에서도 통신은 뿜어져 나올 수 있는 성장동력이 남아있다. IMT2000이나 VDSL 등 차세대 투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노무현호의 통신은 DJ정부의 시작단계에 비해 위력이 현저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DJ정부하에선 통신의 투자가 전체경제의 ‘테이크오프(take-off:이륙)’를 이끌었지만 통신을 축으로 한 지금의 IT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넘어선 상태다. IMT2000 등 대형투자가 남아있긴 하지만 노무현정부하에서의 통신은 DJ정부에서의 통신만큼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정부의 성장동력은 방송, 그것도 디지털방송에서 찾아야 한다. 출범을 준비중인 노무현정부하의 방송은 마치 DJ정부하의 통신과 유사한 상황이다. 지난 98년 DJ정부는 PCS의 상용화 및 하나로통신 등 유선통신시장의 경쟁체제란 우호적 환경에서 과감한 IT정책을 펼칠 수 있었고 이것이 먹혀들었다.

 현재의 방송도 마찬가지다. 지상파가 모든 것으로 좌우했던 방송은 케이블, 위성 등 새로운 경쟁매체가 활동하는 공간으로 변모했고 이는 또다시 디지털이란 새로운 환경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상파, 위성, 케이블, 라디오를 망라하는 디지털방송환경의 구축은 앞으로 집, 사무실, 차량 등의 모든 동영상단말기를 변모시킬 것이다. 그것도 통신과의 융합을 통해 그야말로 지능형 정보기기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또한 단순히 기기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IT패러다임을 데이터통신 위주에서 멀티미디어로 변모시킴으로써 우리의 IT산업은 세계 제1을 향한 또다른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방송의 전략적 활용이 이뤄진다면 수많은 장비시장의 창출은 물론이고 그 속에서 동영상솔루션산업·방송통신융합산업·디지털콘텐츠산업 등 세계시장을 겨냥한 멀티미디어 전략상품시장이 창출될 것이다.

 디지털방송에서 파생하는 멀티미디어상품시장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니다. 이는 국내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할 것이고 나아가 향후 도래할 세계적인 업체들과의 멀티미디어 패권다툼에서 국내업체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이다.

 DJ정부가 통신을 통해 데이터통신기반의 IT신화를 이뤘듯 노무현정부는 멀티미디어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디지털방송’이란 기본자산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호가 디지털방송이란 자산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먼저 노무현정권은 방송에 대한 과거와 같은 접근자세를 탈피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는 지금까지 방송에 대해 별도의 색깔을 입혀왔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방송은 방송 자체보다 정권유지나 이데올로기 창출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더 각인돼왔다. 방송은 이제까지 산업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전환에 따라 통신처럼 양방향의 길을 걷게 된 방송에 대해 노무현호는 더이상 정치적 잣대가 아닌, 방송을 방송산업 자체로만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방송을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전진기지, 차세대 정보가전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방송·통신융합기술 구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호의 신성장전략을 위해 차기정부는 KBS·MBC·SBS란 지상파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방송시장은 1000만가입자를 확보한 케이블TV 대중화, 디지털로 중무장한 위성방송의 상용화 등 시장여건이 변모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상파TV의 독과점구조는 난공불락인 상태다.

 특히 이 점에서는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의 해체과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를 실현한 통신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KT의 독과점구조가 해체되는 대신 우리의 통신산업은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으며 새롭게 조성된 경쟁체제는 IT코리아의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지상파방송과 더불어 케이블TV, 위성방송, DAB 등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환경이 구축돼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방송환경을 위한 주변여건의 개선도 시급하다. 가장 요구되는 게 방송정책의 전문화다. 정치적 중립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으면서 출범했던 지금의 방송정책은 방송산업화, 방송·통신융합시대 도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연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산업적 시각을 갖춘 정책전문가, 통신전문가의 중용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가가 제외된 방송정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는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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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인하대 교수, 유재홍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장, 성열홍 DTV플러스 사장,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 박성덕 한국디지털케이블포럼 의장, 황규환 스카이라이프 사장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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