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PC 시장은 수요 고갈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PC 시장의 침체는 반도체 등 전반적인 IT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세계 2위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인 AMD의 CEO 헥터 루이즈를 통해 올해 IT 업계의 예상되는 흐름을 짚어 본다. 또 현재 PC 업계 및 IT 업계가 처한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대안을 찾아본다.
―PC 수요 정체로 IT 업계는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세계 PC 및 IT 시장의 침체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가. 또 그렇게 보는 이유는.
▲시장조사 업체인 IDC는 올해 IT 및 하드웨어 지출이 증가하면서 IT 산업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IT 업계는 Y2K 문제 해결을 위해 일시적으로 많은 PC들이 판매된 이후 4년째를 맞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기술 제품의 수명보다 오래된 것으로 기업 시장에서 PC의 자연적인 교체 수요를 가져올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아주 주기적인 흐름을 타는데 AMD는 상향 및 하향 사이클 모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전략을 적극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기 회복기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해 컴덱스 기조 연설에서 고객 중심 혁신을 강조하면서 주창한 ‘Lets get real!’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
▲반도체 및 IT 업계가 침체된 바로 지금이야 말로 고객을 중심으로 새롭게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적기다. AMD는 이를 고객중심 혁신으로 부른다. 이는 오랫동안 AMD의 기업 경영 및 운영의 중심 철학이 되어 왔으며 향후 AMD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업계에 대해 자기 비판을 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많은 기술을 개발한 데 비해 혁신이 부족하다’는 것일 것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고객이다. IT 업체들은 고객과 고객의 고유한 요구를 중심으로 설계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즉 기업은 기술 그 자체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실세계와 긴밀히 연관되며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와 일치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AMD는 일본 및 대만 반도체 생산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한국 반도체 업체와 협력할 계획은 없는지.
▲외부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 언제나 유연하게 협력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는 이미 세계적으로 뛰어난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능력을 인정받은 국제적인 수준의 기업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AMD는 지난 수년간 클록 속도 경쟁에서 인텔보다 뒤져 있었다. 인텔을 누르고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복안은 없는지.
▲클록 속도와 실제 성능을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PC는 얼마나 빠르게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업무를 수행하는지의 측면에서 평가돼야 한다. 클록속도는 더 이상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AMD는 사용자가 PC 애플리케이션 성능의 이점 및 특성을 보다 철저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데 이같은 활동을 ‘PC 성능 제대로 알기(True Performance Initiative)’로 명명했다. 이 활동은 최종 사용자는 물론 OEM 및 채널 파트너 간에 상당한 힘을 얻고 있다.
―AMD는 지난 한 해 동안 인텔과의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시장 점유율에 대해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는 지난 한해 AMD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이 1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AMD가 지난해 치열한 프로세서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점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신한다.
올해 AMD는 고객중심적인 혁신을 토대로 업계 주도권을 쟁취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데스크톱, 랩톱 및 서버 등 모든 주요 시장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 새로운 솔루션과 함께 강력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다. AMD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들 각 시장 분야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CEO로 선임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현재 AMD의 전반적인 경영 측면에서 업적을 평가한다면.
▲지난해 4월 CEO로 임명됐을 당시, 전세계 경제는 침체되고 고객 수요는 감소해 기술 업계의 불황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CEO는 기업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에 주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기업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인 거시경제적 문제가 기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AMD가 현재의 거시경제적 환경에서 승자로서 부상할 수 있는 상황 및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러한 경영 방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올해 한국 시장에 대한 부문별 전략은 무엇인가.
▲한국 시장은 전세계 IT 시장에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이 빠른 국가로 알고 있으며 인터넷 보급률과 국민들의 인터넷 활용도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 또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임이 증명된 휴대폰 관련 기술과 제품으로 세계 시장의 선두 업체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AMD의 3가지 제품군인 마이크로프로세서, 플래시 메모리, 퍼스널 커넥티비티 솔루션 등은 모두 한국의 IT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시장에 꼭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품들이다. 한국의 PC 시장은 비록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성장을 하지 못했지만 노트북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시장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상반기 발표할 예정인 AMD 애슬론 64 프로세서로 행망과 같은 정부 프로젝트와 기업 시장을 목표로 영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세계 수준인 한국의 주요 휴대폰 업체와 디지털 세트톱 박스 업체들의 지원 강화를 위해 지난해 이미 한국 지사의 메모리 그룹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추가된 사업분야인 퍼스널커넥티비티 솔루션은 이미 모바일 어플라이언스 시장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큰 관심을 끌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지사의 관련인력을 확충해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데스크톱PC 수요가 부진한 반면 노트북PC 시장은 비교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노트북PC 외에 태블릿PC, PDA 및 스마트 폰 등도 PC의 후속 주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트PC에 대한 AMD의 전략은 무엇인가.
▲AMD는 모든 정보 기술을 ‘커넥티비티’와 연관지어 검토한다. PC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장 대표적인 커넥티비티 툴이 됐다. 또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고 유틸리티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PC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툴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또 PC가 디지털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핵심 영역을 차지함에 따라 무한대의 데이터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PC는 인간을 원하는 방식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원하는 데이터에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AMD가 32비트를 지원하는 64비트 기술에 주력하는 반면 인텔은 64비트 전용 프로세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사의 전략이 다른 이유는.
▲고객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사용자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64비트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제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MD의 64비트 컴퓨팅에 대한 접근 철학은 실제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면서 64비트 컴퓨팅으로의 전환 시기 및 방법을 사용자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는 것이다. AMD의 접근 방식은 고객이 32비트 인프라에 대한 기존의 투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만반의 준비를 갖췄을 때 64비트 컴퓨팅으로의 전환할 수 있는 분명한 경로를 제공한다.
◆헥터 루이즈는
작년 4월 CEO로 선임된 루이즈는 지난 2000년 1월 AMD에 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AMD의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한 그는 앞서 반도체 사업부의 사장을 맡은 바 있는 모토로라에서 22년간 근무했고 텍사스인스트루먼츠의 리서치연구소와 생산부서에서도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등 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멕시코 피에드라스 네그라스에서 출생한 루이즈는 텍사스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루이즈는 텍사스 주정부에 장기적 경제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경제 성장 태스크포스의 일원이며 텍사스의 비즈니스 환경과 경제 개발에 영향을 주는 이슈에 대해 정부에 조언하는 비즈니스리더의모임, 정부사업자문단 등에도 참가하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는 또 이스트먼코닥 이사회에서 활동 중이다.
◇AMD
세계 2위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 업체로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등지에 생산 시설을 가동하고 전세계 서울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 영업지사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다. 세계 1위인 인텔과 함께 CPU 속도 경쟁을 통해 PC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이외에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용 반도체 등도 생산하고 있다.
69년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설립된 AMD는 40여년만에 39억달러 매출(2001년 기준)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으며 지난 87년 국내에도 지사를 설립해 국내 기술 지원, 리셀러 교육 및 총판 대리점 관리 등을 맡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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