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컴퓨팅이 2003년 IT산업 최대의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이의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IPv6(Internet Protocol version6)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미국 등 세계 선진국과 굴지의 IT기업이 IPv6에 대한 연구개발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와 대기업은 투자효과가 당장은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투자와 정책적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산·학·연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통한 새 IT강국 건설’이라는 청사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까 우려된다.
IPv6는 전세계에 100억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PC 및 비(non)PC계열의 정보단말기들을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주소자원체계다.
◇잇따른 대기업 투자축소=최근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KT와 하나로통신 등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는 지난해 중순 IPv6 관련기술 개발과 프로모션에 1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여키로 한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2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예산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투자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투자계획 자체를 축소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KT와 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는 지난해 말 열린 IPv6포럼코리아 워크숍에서도 국내에서 개발되는 통신장비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내며 장비개발에 대한 지원금 출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기간통신사업자들의 투자 기피는 초고속인터넷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외국 장비업체들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ETRI가 개발한 IPv6 변환기술을 이전받아 관련 제품 개발에 나설 뜻을 비쳤으나 현재까지 계약을 미룬 채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접속서비스의 경우 IPv6를 도입하는 데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거나 리스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눈앞의 결실만을 노리고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나 대기업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에만 안주하며 IPv6 등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확보한 IT강국으로서의 지위는 순식간에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만 고군분투=반면 중소벤처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에스톤리눅스(대표 김동국 http://www.astonlinux.com)와 시스메이트(대표 김명석 http://www.sysmate.com) 등 중소벤처기업은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스톤리눅스는 오는 4월께 IPv6를 지원하는 라우터를 개발완료해 이를 중국 업체에 판매할 계획이다. 아이엠넷피아(대표 박재홍)도 IPv6기술을 모바일 무선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미국·일본·중국·유럽 등 세계 각국이 IPv6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는 실정이고, 특히 일본의 NTT·IIJ 등은 시범서비스까지 마친 상태여서 한국이 차세대 인터넷 분야에서 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이와 관련해 ETRI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는 IPv6 조기 도입을 통해 새로운 IP서비스에 대한 운영 경험을 쌓아야만 유비쿼터스 분야의 시장선점이나 새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며 “국내 장비기술만 탓하지 말고 스스로 견인차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통부는 올해 기간통신사업자와 벤처기업 및 연구소를 엮는 공동연구개발 채널을 구축해 벤처가 개발한 통신장비를 통신서비스사업자가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겠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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