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의 편지](1)작품 줄거리

사원 25만명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거대 통신기업 JTT가 1999년 6월 1일 지주회사와 지역별 사업회사, 그리고 장거리전화회사로 분할되는 커다란 일이 벌어진다. 이 안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실행한 엘리트 매니저 후지사와 아키라는 이 사안을 성공적으로 집행하고 기자회견을 한 그 다음날 사옥에서 투신자살한다.

 아키라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그의 대학동창이자 JTT 입사동기생인 다나카 에이지다. 회사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생활을 하던 에이지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친구가 자살한 연유를 파헤치게 된다. 아키라가 남긴 일기를 통해 에이지가 알게 되는 아키라의 인생 내력과 비밀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아키라는 재일 조선인이었다. 아키라의 조상은 일본이 아시아 침략을 위해 1883년 시모노세키와 부산간에 해저전신선을 부설하는 작업에 투입된 일본인 기사가 부산에서 일본으로 데리고 간 고아였다. 후지사와 가문의 역사는 정체를 숨기고 일본에서 상류로 올라가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아키라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대일본전신전화공사에 입사한다. 나중에 JTT가 되는 이 국영기업의 입사예정자는 철저한 신원조사를 했다. 조직폭력단 간부이던 아키라의 부친은 아들의 출세를 위해 신원조사를 하는 인사부장과 계장에게 막대한 뇌물을 써서 가문의 비밀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인사계장이던 요코타라는 인물은 아키라의 가정방문시 첫눈에 아키라의 모친인 사다코에 반해 통정을 요구하며 위협한다. 사다코는 아들을 위해 결국 위협에 굴복하며 이를 계기로 내면적으로 파괴된다. 아키라는 이 내막을 우연히 알게 되고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인 조직폭력배 사토 히사오에게 요코타의 살해를 부탁한다. 이 청부살인으로 아키라의 내면도 심하게 변하며 모자간에는 치유할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

 모자간의 갈등은 아키라의 결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키라와 결혼한 일본인 모리 에리카는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지도교수와 애정관계를 맺게 되며 이를 안 아키라는 조용히 체념하게 된다. 이로써 아키라는 애정의 기반이었던 어머니, 그리고 지적인 동반자였던 아내를 모두 마음속에서 상실하고 만다.

 사랑은 잃은 아키라는 JTT에서 유능하고 냉혹한 ‘기업전사’가 되어 싸운다. JTT의 민영화 후 총무계장이던 아키라는 주주총회에서 훼방꾼이 생기자 다시 히사오를 고용해 주모자를 제거한다. 그러나 아키라를 위해 두번의 살인을 한 히사오는 역으로 아키라에게 감당할 수 없는 금전을 요구하게 되다. 다른 방도가 없다고 판단한 아키라는 다른 청부업자를 고용해 히사오를 제거한다. 아키라가 범하는 세번째 살인청부였다.

 자신의 천성과는 달리 잔인하고 냉혹한 인간이 된 아키라는 결국 자신의 비밀이 지켜질 수 없음을 알고 JTT 분할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다음날 사옥에서 투신해 인생을 정리하게 된다.

 

글 <노승준 씨제이케이스트래티지 대표이사 회장 roh@cjstrategy.com>

 

삽화<고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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