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IT]세계 IT 경기전망(1)

 “더이상의 불황은 없다.”

 지난해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말 그대로 ‘출구’가 없었다. 세계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 때문이라는 핑계가 있기는 했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포화, 새로운 시장의 부재 등으로 칠흙 같은 암흑 속에서 헤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업계 종사자들은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자신감은 ‘64비트 시대’가 본격화되는 컴퓨터 부문에서부터 읽혀진다. 컴퓨터들은 운용체계(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한단계씩 업그레이드를 예약해놓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통신과 인터넷, 미디어 부문도 마찬가지. 3세대(3G)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에 근거한 무선 애플리케이션의 확대로 모바일 웹부문이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 역시 이동통신 시장성장에 힘입어 지난 2000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통신시장

2003년 세계 통신시장은 사실상 단말기에 의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시장은 물론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다양한 휴대폰들이 선보이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단말기 부문이 통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전체 통신시장은 지난해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비스 업체들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통신장비 시장은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이 전년대비 20% 줄어들었고 올해 역시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비스도 유선부문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고 기존 2세대(2G) 휴대폰 서비스 시장 역시 성숙단계로 올라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업자들은 차세대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를 비롯해 독일 모빌레와 핀란드 소네라, 프랑스 오렌지 등이 잇따라 3G 서비스 계획을 연기했다. 이들은 최근 정보기술(IT) 경기불황의 여파로 그동안 3G 사업 취득 등에 쏟아부었던 막대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서비스 연기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이통서비스 흐름은 2.5세대(2.5G)와 3세대(3G)로 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일본에서 NTT의 FOMA, KDDI의 au 등 3G 서비스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고 영국 보다폰이 올해 3G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은 유럽보다 다소 늦지만 2.5G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단문메시지서비스(SMS)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서유럽 각국과 미국·일본이 서비스를 눈앞에 두고 있고 중국·인도와 중부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어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중남미를 제외한 전세계가 2.5 내지는 3G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올해에는 세계 각국이 어느 정도 ‘3G의 맛(?)’은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11억명이 이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대체수요가 발생하면서 다양한 휴대폰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이 침체에 빠진 통신시장을 지탱하는 ‘구세주’로 부상하고 있다. 업체들 가운데는 이른바 ‘빅 3’인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고 일본 산요 등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컬러화면, 자바기능,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카메라 기능을 갖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최고경영자(CEO)는 휴대폰 수요가 살아나면서 올해 세계 휴대폰 판매대수는 지난해(약 4억대)보다 10% 늘어난 4억4000여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단말기 수요가 아시아·태평양 등 일부지역의 완만한 성장세를 이끌 수는 있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과 시장조사 업체들은 시장이 올해 초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부분 관계자들은 올해 내내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인터넷

세계 인터넷업계 종사자에게 있어 2003년은 ‘도약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터넷 부문이 양적 팽창단계를 거쳐 생존게임기를 끝내고 마침내 본격적인 성장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90년대 이후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는 수많은 업체들이 명멸했다. ‘버블’이라는 비난속에서도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시험됐고 이후 외형 성장에 주력하던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수익창출이라는 비즈니스의 기본으로 돌아섰다. 인터넷 산업이 바야흐로 ‘성장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인터넷 업계에는 ‘모바일(mobile)’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3세대(3G) 통신서비스 지연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인터넷 부문은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휴대폰·개인휴대단말기(PDA)의 대중화 및 802.11b(일명 와이파이) 핫스폿의 확산에 힘입어 모바일 인터넷은 미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올해 인터넷 이용자 7억명 가운데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2억5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의 광대역화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광대역 인터넷 국가인 한국을 비롯한 홍콩 등 아시아 국가의 약진이 눈에 띄고 미국·유럽에서 케이블·디지털가입자회선(DSL)의 확산이 늘면서 올해 광대역 인터넷 이용자는 8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이 비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IDC는 올해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거둔 호성적으로 관련 업체들이 한껏 고무돼 있는데다 인터넷 인프라가 확장되는 추세에 힘입어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점차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는 애플리케이션은 인스턴트 메시징(IM)이다. 지난해 전년대비 27%라는 성장세를 타고 있고 올해는 특히 기업용이 빠르게 늘어 IM 사용자 수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흐름속에서 업계판도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소수의 선도기업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는 일정 궤도에 들어서지 못한 기업의 도태가 빨라질 것이라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시장진입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당분간 기존 선두권 업체들의 과점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체별로는 아마존·e베이 등 지난해 실적을 개선한 온라인 소매업체들과 오비츠 등 온라인 여행사이트들이 인터넷 시장을 주도하면서 AOL·MSN·야후 등 서비스 업체도 광대역화에 힘입어 콘텐츠 부문에서 이익을 창출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닷컴붕괴라는 큰 고비를 넘긴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경쟁사를 인수하거나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다양한 사업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해나갈 전망이다. 이를 대표하는 움직임으로는 음반·영상업체들과 온라인 업계가 결합한 음악전송 벤처를 들 수 있다. 냅스터 폐쇄 이후 온라인 부문의 사업성을 확인한 음반·영상업계의 불황탈출을 위한 안간힘과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혈안이 돼 있는 온라인 기업간 이해가 맞아떨어진 사업인 만큼 이에 대한 성공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미디어·게임

새해 미디어 업계는 불법복제, 온라인 파일교환 등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면서 한편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워너브러더스·파라마운트·소니 등 주요 영화사들이 합작해 지난해 11월 설립한 인터넷 주문형영화(MOD) 업체 무비링크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관심을 모은다. 무비링크는 인터넷을 영화유통의 한 채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시청자들이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데다 콘텐츠 전송의 안정성도 문제가 된다. 사람들은 당분간 돈 안드는 불법 영화파일을 찾아다니는데 더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프레스플레이·뮤직넷 등 주요 음반사들의 지원을 받는 음악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냅스터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카자, 모르페우스 등 음악파일 교환사이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주요 음반사의 온라인 진출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수익모델을 찾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영상을 실행하는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리얼네트웍스는 자사 미디어플레이어의 보급확대를 위해 소스코드까지 공개하며 총력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미디어플레이어9을 앞세워 업계 표준 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미디어업계는 올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자 하는 이동통신업계와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업계는 차세대 이동통신망 구축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킬러 서비스가 필요하고 미디어 업계는 콘텐츠를 판매할 새로운 채널이 필요한 만큼 양 분야에서 활발한 짝짓기가 펼쳐질 것이다. 보다폰, AT&T, 버라이존 등은 이미 워너뮤직, 세가 등의 콘텐츠 업체와 손잡고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가 무선인터넷과 콘텐츠 업계가 결합하는 첫단계가 될 것이다. 시장조사회사 오범은 지난해 10억건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진 벨소리 시장이 올해도 성장을 계속, 2005년엔 3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비디오 게임분야에선 온라인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서비스 ‘X박스 라이브’를 시작한 MS는 네트워크 게임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니와 닌텐도는 상대적으로 온라인 게임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지만 온라인이 장차 게임산업의 승부처가 될 것이란 인식은 공통적이다. 올 봄 유럽에서 X박스 라이브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의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되면 세계를 무대로 한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게임업체들이 올해 당장 온라인 게임으로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2004년엔 6억7000만달러, 2010년엔 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시장의 기본 구도가 짜여지는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MS X박스 라이브의 성공 여부가 이 분야의 장래성을 판단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네트워크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MS와 각 개발업체에 운영을 일임하는 소니의 온라인 게임 운영방식의 차이도 관전 포인트다.

 이와 함께 개발비용이 높은 블록버스터 위주로 게임산업이 재편되고 마케팅 투자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게임개발 업체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일본에서 이런 움직임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방송의 디지털화는 꾸준히 진행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결정에 따라 36인치 이상 대형화면을 가진 TV는 내년 7월까지 점진적으로 디지털 튜너를 내장해야 한다. 케이블을 TV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디지털 케이블TV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 표준의 2004년 실행을 앞두고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복제와 인터넷 유포를 막을 수 있는 저작권 보호기술에 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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