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권하는 책]경영학의 진리체계

 <경영학의 진리체계> 윤석철 지음, 경문사 펴냄

 - 파이오링크 문홍주 사장(henry@piolink.com)

 어떻게 쉽게 돈을 벌 것인가. 어떻게 쉽게 성공할 것인가. 요즘 나오는 경영서적들의 화두다. ‘부자가 되는 법’ ‘경영을 알면 돈이 보인다’와 같은 실용서, 처세술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 읽은 ‘경영학의 진리체계’는 인문학적 경영철학서로 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이 책은 저자의 유학생활부터 자연의 모습·영화·문학·역사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변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내기 때문에 책 제목과 표지가 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 물론 그 갖가지 사례를 통해서 던지고 있는 저자의 생각이 주는 깊이의 오묘함도 동시에 음미해 보기 바란다.

 오늘날의 경영학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업이 발전하면서 생산·판매·인사·조직·재무 등 분화된 부분에 대한 해법이 모인 집합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풀어야 할 문제의 규모와 복잡성이 중대하면 부분해법만 가지고 있는 경영자는 자기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나무만 볼 것이 아니라 숲 전체를 보는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폭넓은 시야와 깊이로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기본 개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단순히 기업경영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자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경쟁력을 지닌, 철학을 지닌 경영자의 모습을 제시한다. 특히 기업환경이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현실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윤리를 지향하는 제3의 경영학의 길을 보여준다.

 저자는 경영과 리더십의 참된 의미는 자기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도자의 비전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상황을 통해 지도자는 개인적 오만에서 벗어나 겸손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경영학은 공동체의 삶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공동체적 삶의 얼개를 ‘주고 받음의 관계’로 파악해 ‘생존부등식’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상품가격>상품원가라는 부등식이 성립돼야 한다. 아니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로서는 상품가치>상품가격의 부등식이 만족돼야 구매한다. 요약하면 기업이 생산한 상품엔 가치>가격>원가의 논리가 성립한다. 이를 기업생존의 부등식이라 부르자.’

 이 부등식은 기업이 고객을 지향하고 소비자 만족을 추구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에 단단히 깔고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기업의 본질과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조망하고 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속에 열거된 삶의 7가지 고통을 현대기업과 연결시키고 황병기씨의 국악인생이나 황무지를 개척한 시스코이야기를 경영철학과 결부시킨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기업경영에서 주제의 정립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쉽게 잊고 지나게 되는 여러 항목에 대해서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 이 책의 친절한 면모가 엿보이는 예들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 윤석철 교수의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학문적 너비와 깊이를 느끼게 된다. 이는 한학의 토대 위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독문학·물리학·전기공학 분야는 물론 경영학 학위까지 지니고 있는 특이한 저자의 학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경영자는 한정된 자기분야를 초월해 관련영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적 시야를 필요로 한다. 그는 인간의 필요·아픔·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수성으로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예측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과학과 기술도 이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는 자기를 믿고 따르는 수동적 다수의 수용과 존경을 받아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벤처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요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경영자의 손에 꼭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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