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의 정보통신 문화산책](88/끝)`IT축제`를 시작하자

 2001년 4월 첫째주 토요일부터 시작된 본 칼럼의 연재가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한마디로 시원섭섭한 마음이지만, 연재를 시작할 당시와 그로부터 1년9개월이 지난 현재의 정보통신사업을 비교할 때 더하기 개념이 아닌, 곱하기 개념으로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관련자로서 즐거움을 느낀다.

 한편으로, 적지 않은 기간과 회수를 연재하면서 컴퓨터의 빈 화면과 마주칠 때마다 느끼는 막막함을 한칸 한칸 메워나가는 즐거움과, 토요일 이른 아침 아파트 문 앞에 놓여진 신문을 펼치면서 즐기던 축제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첫번째로 쓴 칼럼이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정보통신’이었다. 연재를 마치는 마지막까지도 필자는 첫 칼럼에서 제시한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홍익인간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민족의 특성이 정보통신, 특히 인터넷의 특성과 일치하고, 그에 대한 실증을 더욱 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익인간 사상은 우리민족 5000년 역사를 지탱해온 핵심사상이다. 반만년 동안 우리민족이 수난을 당하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단합할 수 있는 구심체 역할을 해왔고, 단일민족의 긍지를 일깨워주는 원천이다.

 홍익인간 사상을 바탕으로 통치하던 단군과 그 이전 치우천왕의 시대에서 우리민족은 동북아의 절대강자였다. 청동 갑옷을 입고 청동 투구를 쓰고 중국의 황제와 73번을 맞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던 강한 존재였다. 어느 민족보다 예민한 기(氣)를 활용하여 하늘과의 통신을 수행해 제정일치 사회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그 힘의 흔적은 강화도에 거대한 고인돌과 마니산의 참성단으로 남아있다.

 또한, 홍익인간 사상은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사상으로, ‘25시’의 저자 게오르규는 86년 4월 프랑스의 한 잡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한국의 홍익인간 사상은 최대 행복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모든 인간의 최대 행복을 뜻하는 이상이며, 물질과 정신을 포괄한 초월적인 이념이다. 홍익인간이라는 단군의 통치이념은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법률이며, 가장 강력한 법이다.”

 게오르규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이 낳은 홍익인간 이념이 21세기 태평양시대의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고, “내가 빛이 온다고 말한 그 동방은 여러분들의 작은 나라, 한국에 잘 적용되는 말입니다…. 내일의 빛이 당신의 나라인 한국에서 비쳐온다 해서 놀랄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게오르규가 말한 내일이 정보통신과 인터넷이 주축이 되는 사회라면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갈 빛은 한반도, 바로 우리민족이 밝히게 된다는 객관적 확증이 되는 것이다.

 홍익인간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민족의 특질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아주 탁월하게 나타난다. 특히, 인터넷의 특성과 그 궤를 같이한다. 자신보다 남을 위한 배려가 더 큰 인터넷의 특성은 곧 홍익인간 사상과 그 축을 같이한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는, 전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사상이 우리나라를 초고속 인터넷의 절대강자로 만든 바탕이며, 앞으로의 세상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이다. 이것은 88회 동안 본 칼럼을 이끌어온 필자의 결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2002년, 아주 가까이에서 확인했다. 예사롭지 않은 현상으로, 그것도 축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없는 축제였다.

 개막식 자체가 IT축제였다. 참여한 기자들에게 월드컵 취재만큼 중요한 행사가 바로 우리나라 정보통신과 인터넷에 관련된 취재였다.

 500만명 이상의 붉은 악마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축제를 벌였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 환희와 희열을 느끼게 한 축제의 근본에는 인터넷이 있었다. 행사를 주도한 붉은 악마 응원단의 역사는 PC통신의 역사이며 인터넷의 역사일 만큼 조직 자체가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동전화는 개인에게 이동성을 부여해 어느 곳에서든 축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미군 장갑차에 사고를 당한 효순이와 미선이의 촛불 추모행사가 벌어진 것도 인터넷에 올려진 몆 자의 글자로 시작되었다. 수만명이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에 모여 촛불을 켜들고 미국에 대한 자존을 주장한 행사였다. 그 촛불 추모행사는 곧 우리의 힘을 행사하는 축제이기도 했다.

 제16대 대통령 선거도 인터넷을 통한 선거였다. 대통령 후보들의 인터넷 운영능력이 당락을 좌우했다. 승리자뿐만이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들도 참여했다. 새로운 개념의 선거문화였으며,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른 세계기준을 세웠다. 분명한 축제였다.

 이러한 축제는 세계 최강의 정보통신과 인터넷 활용능력이 그 바탕이 되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그 축제는 민족 도약의 폭발을 알리는 징표였다. 홍익인간 사상을 통해 동북아시아를 지배했던 우리민족의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는 터닝포인트였으며, 그 폭발적 에너지는 5000년 전부터 우리민족에게 계시되고 잠재되어 있던 민족혼이었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세상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이다. 그 패러다임은 기존 틀을 무너뜨릴 힘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통합에서 나온다. 통합은 곧 힘이다. 통합은 질적 비약을 이뤄 그 힘을 더욱 강력하게 한다.

 통합을 통해 그 어떤 문명체계보다 강력하고 보편적인 힘을 갖게 된 정보통신과 인터넷은 분명 인류를 한단계 더 진화시킬 것이며, 올바른 진화를 위한 과정에서 누군가의 조율도 필요하게 된다. 그 때 정보통신과 인터넷을 조율하는 자가 세상을 조율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축제를 통해서 진행될 것이다. 누가 조율한 것인가.

 2003년,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다. 2002년의 축제를 바탕으로 이제 본격적인 축제를 준비하자. 두려울 것이 없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는 정보통신과 인터넷 기술, 시설, 활용성, 그리고 홍익인간이라는 사상적 바탕도 마련되어 있다.

 이제 수신자가 아니라 송신자로서 축제를 준비하자.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세상을 주도하는 축제를 준비하자. 그 축제는 남과 북을 포함한 우리민족의 축제이며, 또한 세계인들과 함께 하는 축제다. 우리에게는 그 축제를 주도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제, 우리가 세상을 조율(調律)해보자.

 축제,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지면을 할애해주신 전자신문사와, 담당 고은미 부장, 그리고 원고에 대해 필자보다도 더 많은 애착을 보여주신 편집 담당자께 감사드린다. 매번 멋진 그림으로 칼럼을 돋보이게 해주신 성영란 화백께도 감사드린다.

 그동안 미흡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새해 인사를 올리며, 곧 발간될 필자의 정보통신 장편소설 ‘회색동굴Ⅰ·Ⅱ’(96∼98년 전자신문에 연재한 소설 ‘맨홀’ 개작)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한국통신문화재단(KT 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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