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80년대 이후 IT산업을 지배해온 PC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노트북이나 PDA, 스마트폰 등과 같은 모바일 정보기기가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IT컨설팅 업체인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002년 중반까지의 기간 동안 노트북 PC를 위주로 한 모바일 PC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무려 50% 이상 증가했다. 현재 출고되는 PC 4대 중 1대는 모바일 PC이며 모바일 PC의 비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져 오는 2006년께에는 3대 중 1대는 모바일 PC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국내 PC업체들의 내년도 노트북 PC 생산량은 노트북 PC가 국내에 선보인 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100만대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트북 PC의 판매가격도 CPU와 LCD 패널가 인하로 인해 올 상반기에 지난해 말보다 20만∼30만원 떨어진 170만∼180만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추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놓은 태블릿 PC도 포스트 PC 시대 주도권 장악 경쟁에 가세함에 따라 기존의 PC 위주 패러다임은 갈수록 설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이 모바일 정보기기가 득세하기 시작한 데는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오면서 ‘워초킹’ ‘워워킹’ 등의 새로운 IT문화 키워드까지 만들어내기도 한 단거리 무선기술인 ‘와이파이’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얼라이드비즈니스인텔리전스(ABI)에 따르면 지난해 와이파이 무선랜 칩세트 출하는 2300만∼2500만개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790만개에 비해 무려 3배 정도 늘어난 것이며 당초 140만∼150만개에 달할 것이라던 전망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 초고속 인터넷망까지 구축될 전망이어서 와이파이가 이제는 단순한 국지적 네트워크 수준을 뛰어넘게 됐다. 지난달 AT&T·IBM·인텔 등 주요 IT업체와 아팍스파트너스·3i그룹 등 벤처캐피털이 앨라배마에서 뉴욕시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50개 주요 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핫스폿을 이용한 광대역 무선망인 ‘윈드쉴드 워리어스’를 구축하기 위해 코메타네트웍스를 설립한 것이다. 이 네트워크가 설립되면 서비스 이용자는 미 전역의 서점·커피숍·주유소·호텔·식당 등에 설치된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무선으로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이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유무선 대통합’ ‘모바일’ ‘유비쿼터스’ ‘홈네트워킹’ ‘디지털콘텐츠’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키워드는 서로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이 이뤄질 때 빛을 발하는 것으로 닷컴붕괴 이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IT산업이 다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침체의 주원인으로 닷컴붕괴와 함께 PC 재고 증가와 수요 감소가 손꼽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는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이 IT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PC와 반도체 업계는 최근까지 재고 털어내기를 마무리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군살 빼기를 끝냈기 때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각종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유무선의 통합이 완성되면 다양한 관련 서비스와 산업이 파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의미다.
유무선 통합환경은 차세대 네트워크(NGN:Next Generation Network)가 이끌게 된다. NGN은 가입자 단말기부터 교환기에 이르기까지 통신망 전체를 패킷방식으로 구성하는 ALL IP망으로 구성된 유선과 무선을 결합한 개념의 차세대 네트워크다.
모바일은 개인의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모바일의 핵심수단인 이동전화를 이용하면 홈네트워크에 접속해 가전기기를 조작하고 전자우편을 보내며 구매한 물품의 대금을 치르는 것은 물론 TV 시청도 가능하다.
모바일 세상의 도래는 어떤 종류의 단말기를 이용하든 동일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원소스멀티유즈를 가능하게 해준다. 콘텐츠를 즐기는 데 PC, PDA, 전화기, TV, 비디오 중 어떤 기기를 사용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유무선이 통합되고 모바일 세상이 도래하는 것은 곧 유비쿼터스가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비쿼터스 환경은 단순히 컴퓨팅 환경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사회·문화까지 바꿔놓게 된다. 유비쿼터스는 소모성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소비를 미덕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처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노령화에 따른 성장둔화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홈네트워킹의 혁명은 ‘편리함, 안전,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우리의 주거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는 기본적으로 홈네트워크가 설치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제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고에서 요리법을 찾아 밥상을 차리고 다음날 찬거리를 주문하며, 집밖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 PC로 집안의 조명·냉난방기기·가전기기를 조절하는 것이 더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이미 국내에는 충분한 인터넷 인프라가 깔려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프라인의 방대한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디지털화되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획기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IT인프라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콘텐츠의 디지털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최근 중국과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기를 한차원 끌어올리고 이를 영구화하는 데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
무한경쟁의 21세기의 변화하는 IT패러다임에 얼마나 신속히 적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IT디지털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 날 것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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