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IT]중화권의 부상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노동집약적 제품으로 산업기반을 닦아온 중국. 그러나 지금 중국은 정교한 IT제품까지 세계시장에 공급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IT강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대국의 꿈은 중국의 막대한 시장잠재력에서 나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구매력)을 기준으로 GDP를 계산하면 이미 중국이 일본을 앞섰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저렴한 노동력을 보고 중국진출을 감행하던 외국기업들은 이제 중국의 잠재시장을 보고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첨단 IT분야의 발전속도는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중국의 전자정보산업 총생산액이 1억4697만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4%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다른 산업의 평균 성장률보다 8% 높은 것으로 전자정보산업의 연간 총수출 계획치를 이미 달성한 셈이라고 중국 신식산업부는 설명한다.

 지난해 초까지는 경제수익이 마이너스였으나 점차 수익이 늘면서 업체들의 손실폭이 줄어들었다. 산업별로는 가전산업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도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한해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통합(SI) 산업규모가 1000억위안에 육박하고 소프트웨어 수출이 1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통신단말기산업도 30∼40%라는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토종 휴대폰업체들의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중국 전자정보산업은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 해외업체들과 제휴를 넓히는 등 세계시장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IT분야에서도 자신감을 가진 중국은 속속 주요 IT분야 개방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이제는 IT분야도 선진국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자국 페이스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인 스스로 ‘과기(科技)올림픽’으로 칭하면서 첨단 하이테크와 선진 IT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향후 5년간 과학기술부문 인프라 건설에 총 217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IT인프라는 36억달러가 소요돼 전자정부, e비즈니스, 원격교육시스템 등이 구축된다.

 중국 IT관련 산업의 특징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균형있는 이상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드웨어면에서는 대만과 일본, 구미 등의 외자계업체가 부품·완성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집적화하고 소프트웨어면에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해외유학생을 포함한 엘리트 인재에 의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어를 공통언어로 하는 중화 IT경제권의 부상을 예견하고 있다. 중국의 하드웨어 생산력과 소프트웨어 개발력, 그리고 홍콩과 대만의 국제비즈니스경험·기술력·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더해져 세계 최대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구상으로는 영어권을 능가하기 때문에 다소 성급하지만 영어 IT권에 대항한 중국어 IT권의 탄생을 주장하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러한 중국어 IT권의 탄생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하는 벤처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90년대 이후 세계경제에서 급속히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은 세계 6위로 성장한 1조1450억달러(2001년 기준)의 GDP 규모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발 디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의 제조업 기반을 모두 흡수해 초저가로 상품을 수출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는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첨단 IT분야로까지 확대돼 21세기 중반에는 중국이 IT춘추전국시대의 한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화교·화인테트워크가 세계 최강 중국을 앞당긴다 

 화교·화인이란 중국(홍콩·마카오 포함)이나 대만 이외의 국가에 이주한 중국인 또는 중국출신의 중국계 사람을 지칭한다. 중국인의 해외진출은 정쟁과 문화대혁명 등을 피해 해외에 정치적으로 망명한 ‘구화교’와 20세기 후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세계로 진출한 ‘신화교’로 구분할 수 있다. 구화교는 중국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자본을, 신화교는 중국성장의 기반이 되는 첨단기술을 제공한다.

 지난 91년 싱가포르 전 총리인 리콴유 선임장관의 주창으로 전세계 주요 화인기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세계화상대회’가 열렸다. 이후 이 행사는 2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면서 중국 경제발전의 힘이 되고 있다.

 현재 세계 전체에 분포하는 화교·화인은 약 3500만명으로 지역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화인국가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화인은 세계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화인국가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화인은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정치무대로의 진출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경제분야에서의 공헌도는 매우 커 인도네시아나 태국에서는 주요 재벌의 대부분이 중국계다.

 중화경제권으로 묶이는 이들 화교·화인과 홍콩·대만을 주축으로 한 무역과 투자 통합은 중국의 급속한 발전을 이끌고 있다. 중국이 도입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60% 이상이 홍콩·대만·동남아지역 화교자본이다. 이는 중국의 제조기지화가 이들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대만 IT기업의 중국내 생산이 급증해 중국이 생산한 IT 하드웨어의 약 60%가 대만 투자기업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화교자본과 함께 중국의 급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실리콘밸리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화인들의 기술력과 지명도다.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의 창시자 제리 양, 컴퓨터어소시에이츠의 찰스 왕으로 대표되는 첨단지식인은 중국의 변화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또 해외유학파·해외 전문인력의 중국 회귀현상도 중국 첨단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고: 표준시장과 중국의 파워 

  이은호 기술표준원 국제표준과장 eunho@ats.go.kr

 

 90년대 이후 세계경제계에서 위상을 급격히 높여가고 있는 중국이 최근들어 국제표준시장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정부는 이를 위해 경제정책에 표준화 관련조치를 적극 포함시키고 국제협력도 대폭 강화하는 등 아직 정립되지 못한 자국내 표준관련 체계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이 가진 거대한 시장잠재력은 세계기업들이 중국 독자표준에 참여하는 동기를 부여하면서 중국을 국제표준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세계 표준시장에서의 중국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는 이동통신표준인 TD-SCDMA다. TD-SCDMA는 시·코드 동시분할다중접속 방식 표준으로 지난 99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승인을 획득했다.

 중국정부는 TD-SCDMA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순수한 독자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향후 3G 이상의 기술에서는 중국의 독자기술을 표준으로 제정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독자표준 채택 움직임에 따라 3G 이동통신은 유럽에서 지원하는 WCDMA 표준과 미국 퀄컴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cdma2000 표준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가전분야에서도 시장을 무기로 한 중국의 힘은 쉽게 느낄 수 있다. 중국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DVD분야 표준을 정부 주도로 제정했다. 슈퍼비디오CD(SVCD)로 불리는 이 표준은 DVD와 거의 같은 화질 및 음질의 영상을 CD롬을 통해 기록·재생하는 기술로 전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중국뿐이다.

 구체적으로는 MPEG2로 압축한 480×480의 영상을 CD에 저장하게 돼 있어 일반 비디오CD에 비해 향상된 화질이 가능하고 DVD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풍부한 CD매체를 통해 복제 및 재생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비정규적 표준이 중국에서 나오게 된 현실에는 VCD플레이어가 많이 보급되고 해적판 영상소스가 매우 많은 시장환경이 반영돼 있지만 이 또한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중국이 세계 속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중국정부의 정책적 대응을 살펴보면 우선 표준화 관련 정책의 정비와 관련해 2002년도에 중국 국가경제무역위원회가 발표한 ‘국가산업기술정책’에서 표준화를 경제성장의 도구로 활용할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또 지난해 표준화 관련조직을 개편해 표준화 및 적합성평가 관련기관을 단일기관으로 통합했다. 이 단일기관은 20만명 이상의 직원과 기술기준, 검사, 검역, 인증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를 관할하는 기관으로 발전했으며 기관장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국제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사례로는 ITU-T의 사무총장으로 중국인을 진출시킨 점을 들 수 있으며 특히 전기전자분야의 국제표준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지난해 11월 1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총회에서 장쩌민 주석이 IEC회장단을 직접 접견하는 등 환대한 데서도 국제표준화의 중요성에 대한 중국 최고위층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은 앞으로의 경제성장에서 표준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표준에서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려 적극 노력하고 있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와 같이 중국의 표준화 활동에서도 앞선 측면과 그렇지 않은 부분과의 혼재 등 이중적 성격은 많이 발견되고 있으나 전략적 분야에서 중국이 표준화 활동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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